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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디자인을 넘어 디자인산업시대로…미래의 연금술사들이 만드는 ‘마법의 램프’
개인의 삶부터 기업조직, 국가경영까지…지구촌 곳곳에 디자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옛날에 미운 오리새끼가 있었다. (오리 눈에) 못생겨 보여 구박과 천대, 학대를 받았다. 단지 같은 오리보다 크고 투박하다는 이유로. 누구도 오리새끼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다. 정갈하고 멋들어지게 다듬어질 줄 몰랐다. 그 오리새끼는 훗날 환상적인 날갯짓으로 찬사를 받으며 하늘을 나는 백조가 됐다. 그 백조는 어쩌면 ‘디자인’이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 크고 양만 풍부하면 됐지 모양이 무슨 소용이냐고 홀대를 받던 디자인. 겉모습을 치장하기보다는 상품 속 영양이 중요하다며 간과됐던 디자인. 그 디자인은 지금 그때의 설움을 한꺼번에 보상이라도 받듯이 ‘옥동자’처럼 떠받들여지고 있다.

디자인 경영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다. 디자인이 없는 기업은 죽은 기업이다. 과장이 아니다. 세계적 디자인학교인 디자인 아트센터 컬리지의 리처드 코샐렉 총장은 “디자이너는 미래의 연금술사다”라고 했다. 소니의 전성기를 이끈 이데이 노부유키는 “디자인 경영에 눈뜬 기업만이 생존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디자인은 미래다. 미래 권력을 좌지우지 할 한국 예비 디자이너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그림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학과 3학년 학생들의 자동차 모델링 드로잉 작업을 합성한 것.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 <그래픽=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디자인은 쇠를 금으로 만드는 신비한 마법을 지녔고, 이 같은 마법의 램프를 확보한 기업만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디자인을 내부 핵심DNA로 포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는 진리다. 디자인은 새로운 가치 창조이고, 개방적 혁신이며, 진화된 신성장이다. 

여기까지는 구문(舊聞)이다. 디자인이 지닌 위력을 감안하면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얘기다. 상황은 더 변했다. 디자인은 ‘백조’가 됐지만, 이제 ‘제2의 백조’가 되고 있다. 지금의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에 한정되지 않는다. 기업의 조직도, 사무실도, 이익단체도, 법인도, 나아가 국가경영도 디자인되는 시대다. 감성의 자극과 동질감을 극대화하고, 내적 자아실현을 위해 디자인은 점점 더 위력적인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대는 바야흐로 ‘디자인 제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삼성과 애플 간 ‘세기의 소송’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 간 벌이는 소송전쟁이 9개 나라 30여건의 소송으로 확전되며, 자국보호주의 경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디자인’이 가져다주는 엄청난 위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디자인의 몫이 개별 기업이 아니라 국가가 치러야 할 ‘영토전쟁’이고, 이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어쨌든 ‘산업디자인’(20세기)을 넘어 ‘디자인산업시대’(21세기)로 전환됐다. 상상과 창조에 바탕한 공격과 수성 그리고 반격의 전쟁터는 디자인으로 옮아붙었다. 범접할 수 없는 ‘제2의 백조’가 되기 위한 디자인의 몸부림은 출발 단계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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