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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뉴욕·파리 등 세계가 인정…전시용 아닌 팔리는 옷으로
패션 한류의 현주소
지난 1일 세계적인 패션잡지 엘르 미국판은 뉴욕 패션위크 공식행사인 ‘컨셉코리아’ 패션쇼 디자이너들의 스케치를 독점 공개했다. 각각의 디자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이상봉, 손정완, 계한희, 김홍범, 최복호 다섯 명에 대한 소개도 곁들여 세계 패션중심지 뉴욕에서 ‘한국 패션’의 위상이 전과 다름을 보여줬다.

201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ㆍ진행해온 ‘컨셉코리아’는 지난 7일 뉴욕 링컨센터에서 다섯 번째 패션쇼를 선보이며, 현지 관람객들뿐만 아니라 뉴욕 최고급 편집숍과 백화점 관계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콜린 셔런 ‘삭스 핍스 애비뉴’ 패션디렉터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의상은 품질도 좋지만 디자인과 소재 면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호평했다.

‘컨셉코리아’의 성공적인 안착은 정부의 적극적인 패션산업 지원책뿐만 아니라 국내 패션계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디자이너 개개인이 오랜 세월 꾸준함과 독창성으로 세계 무대의 문을 두드려온 결과물이다.

앙드레김 이후 최고의 ‘국민 디자이너’로 불리는 이상봉은 단청, 소나무, 한글, 돌담 등 한국의 전통 소재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04년 파리컬렉션에 진출한 후 매 시즌 실험적인 쇼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2012년 가을ㆍ겨울 파리컬렉션에서는 전체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하기도 했다. 

디자이너 우영미의 2013 s/s 컬렉션.

‘쏠리드 옴므’로 국내 최정상 남성복 디자이너로 꼽히던 우영미는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에 안주하지 않고 2002년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는 ‘우영미’를 론칭하고 지난 10년간 꾸준히 ‘패션 메카’ 파리에서 활동했다. 초창기엔 관람객이 거의 없는 일요일 오전 10시 쇼를 배정받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지만 지난 6월 열린 2013년 봄ㆍ여름 컬렉션에서는 가장 인기 많은 토요일 오후 4시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국내 남성복 시장을 새롭게 개척한 디자인력이 현지서도 인정받은 것.

무엇보다 우영미가 높이 평가받는 건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해외에서 실질적으로 ‘팔리는’ 옷이라는 데 있다.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남성 브랜드 ‘우영미’는 지난해 22개국에서 1000만달러 이상의 수주를 올렸다. 또 한국인 최초로 파리컬렉션을 주관하는 파리의상조합 회원이 됐다.

패션기업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도 ‘패션 한국’의 디자인적 성장에 기여했다. ‘폴로 짝퉁’이라는 비아냥 속에서도 미국 브랜드를 제치고 ‘빈폴’을 국내 트래디셔널 캐주얼 시장 1위로 키워낸 제일모직은 정구호, 정욱준과 같은 디자이너들을 세계 무대에 세우며 ‘디자인 중심’의 사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런던올림픽 한국선수단이 입은 ‘빈폴’ 유니폼이 타임지 ‘베스트 디자인’에 선정된 것은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이며, 제일모직 의류브랜드들이 모방과 거대자본으로 성장했다는 오명을 씻기에 충분했다.

정구호 전무가 진두지휘하는 여성복 ‘구호’는 2010년 뉴욕 무대에 오른 후, 2012년 파리까지 진출하며 미국,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정욱준의 남성복 ‘준지’는 이미 11번의 파리컬렉션을 개최했으며, ‘르 피가로’ 등 현지 언론이 매 시즌 가장 주목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또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패션쇼 피날레에 입고 등장할 정도로 패션 전문가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같이 그 인지도를 높여가는 한국의 패션디자인은 최근 K-팝(Pop) 열풍 등 한류바람과 더불어 성장세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한류스타들과의 디자인 협업, K-팝과 패션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패콘(Facon)’쇼 등을 통해 ‘패션 변방국’ 이미지 탈피와 해외시장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박동미 기자>
/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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