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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애그플레이션 대책 수정 불가피
美 “옥수수 에탄올 감축 생각 없다”
美대선주자들·에탄올회사 등
정치·경제적 이해관계 작용
국제 곡물가 상승 경제부담 우려
사료원료 구매자금 지원 등 확대


미국이 지난 8~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APEC(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옥수수 에탄올 생산 감축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옥수수 등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에서 촉발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고정변수’가 생긴 만큼 우리 정부도 관련대책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PEC 회의에 참석했던 정부 고위당국자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회의 둘째 날 ‘식량안보’ 의제의 선도발언자로 나서 미국을 상대로 국제 곡물가격 안정 차원에서 바이오 연료(에탄올) 정책의 수정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에도 미국을 포함한 G20(주요20개국) 정상들에게 각국의 바이오 연료정책 수정, 식량 수출 제한조치 억제 등의 협조 내용을 담은 공식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대신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에탄올 연료 생산에 사용되는 옥수수밭 면적은 전체 생산 규모로 따지면 일부분”이라며 “옥수수 생산량도 점차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힐러리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미 정부가 다른 나라 정상들 앞에서 에탄올 감축 요청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미 정부 실무자들도 대선을 앞두고 여러가지 내부 사정들이 있어서 에탄올 연료를 줄이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처럼 에탄올 연료 감축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옥수수 지대인 ‘콘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대선 주자들, 옥수수 농민, 에탄올 회사, 자동차 회사 간의 얽히고설킨 정치ㆍ경제적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애그플레이션에 대비, 농산물 가격 안정기금을 늘리고 주요 농산물 유통 물량 확보에 나서 왔다. 또 국내 생산량만으로 수요 맞추기가 어려운 일부 농산물에 대해선 선제적 수입으로 비축을 늘리는 등 준비를 벌였다.

하지만 미 정부가 옥수수 가격에 미치는 에탄올 연료에 대한 비감축 의사를 밝혔고, 이번 애그플레이션이 2007년 당시의 곡물 파동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애그플레이션 대책의 새로운 전기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경기도의 한 사료공장에서 개최한 회의에서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이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료가격 안정을 위해 사료원료 구매자금 지원과 수출입은행을 통한 저리 금융자금 공급 규모를 확대하는 등 지원 방안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정부는 앞으로도 국제 곡물가격과 사료 수급동향을 모니터링 하면서 필요시 추가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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