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민상식 기자]서울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인 A 군은 최근 수영장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50대 아저씨가 A 군의 성기를 만지고 비비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
두 달전에는 경기 지역에 사는 초등학교 저학년 B 군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60대 남성에게 유사성행위 등의 강제추행을 당했다.
아동 성폭력이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남자 아이들도 성범죄 위험에 빠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경찰청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강제추행을 당한 남성 아동ㆍ청소년은 2000년 2건에서 지난해 75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강제추행 아동ㆍ청소년 피해자 중 남아의 비율을 보면 2000년 1.8%에서 지난 10년 2010년 7.3%로 급증했다. 또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남아의 상담건수도 지난해 31건, 지난 2010년 28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자 아동의 성추행 피해 신고율은 여성 아동보다 더 낮다는 것을 미뤄보면 실제 발생하는 남아 성추행 사건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두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과거에 비해 남자아이의 성추행 피해에 대한 신고나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여자들만 성폭행 피해를 입는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남성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문제의식이 낮다. 때문에 남성 아동들이 유사성행위 등 성폭행에 쉽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남자 아이들은 신체적 특성상 성범죄 피해가 잘 드러나지 않는데다, 부모들도 성범죄 피해를 쉽게 눈치채기 어려워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김 활동가는 “남자 아동은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남성성이 훼손당했다고 생각해 수치심을 심하게 느낀다. 성장하면서 성정체성에 혼란이 오는 경우도 많아 치료가 꼭 필요하다”면서 “남자아이니까 괜찮다면서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고 고발도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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