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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현 CJ회장이 70명 경영진 질타한 사연은
“책상 앞에서 보고서만 만들지 말고 CEO 직접 뛰어라”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책상 앞에 앉아서 보고서만 화려하게 만들었지, 17년 동안 성과 올린 게 뭐가 있나”.

CJ그룹 전 계열사 임원진 70여명이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 동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CJ 글로벌 컨퍼런스의 현장. 이미경 CJ부회장부터 이관훈 ㈜CJ대표 등 그룹의 전 계열사 CEO를 비롯한 임원진을 불러세운 이재현 CJ회장의 질타는 끊이지 않았다.

이 회장은 “CJ의 중국사업은 ‘제 2의 CJ건설’을 목표로 했던 것이지만 17년 동안 당초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왕 시작했으면 끝장을 봐야 할 것 아니냐”고 강한 채근을 이어갔다. 그는 “글로벌 사업을 이끄는 리더들이 먼저 나서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성과가 날 수 없다”며 “CEO들이 직접 현장으로 뛰쳐나가 무엇이 문제인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일일이 점검하고 실행하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렸던 글로벌 컨퍼런스처럼, 이번 행사도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CEO들은 졸지에 현장 경영의 숙제까지 안게 됐다.

이 회장이 계열사 최고 경영진을 강하게 꾸짖은 것은 중국 사업의 속도가 예년만 못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중국 사업에 나선 CJ는 식품 신유통 엔터테인먼트 바이오 등 그룹의 4대 사업군 계열사를 모두 중국에 진출시켰다. 포화 시장인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야 CJ의 미래가 담보되고, 그 중심 축은 중국이란 이 회장의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쉽게 시장을 내주지 않았다. 조미료와 사료사업, 홈쇼핑, 외식, 엔터테인먼트 등 각 사업 분야가 1995년부터 순차적으로 시장을 공략했지만 중국 내 그룹 매출은 최근 갈 수록 성장세가 둔해지고 있다. 2009년 1조1700억원이었던 중국 매출은 2010년 1조5700억원, 2011년 2조1800억원으로 성장했고, 올해는 3조원 가량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장세는 2010년 34%였던 것이 지난해와 올해 모두 38% 가량으로 제자리걸음이다. 2020년께 내수 시장이 세계 소비의 21%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니 이 회장의 애가 탄 것이다.

그는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지만 문화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CJ의 생활문화사업은 향후 10~20년간은 중국에서 쉽게 따라오지 못할 분야”라며 관련 분야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중국 방문 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그룹의 해외 사업 현장을 돌며 직접 현장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CJ관계자는 “현장 경영을 직접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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