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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뻔뻔한 北-어리숙한 南, 수해지원 무산 촌극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대북 수해지원이 무산되는 과정은 북한의 뻔뻔함과 남한의 어리숙함이 맞물리면서 빚어낸 한편의 촌극이었다.

북한은 수해지원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시종일관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북한은 지난 3일 정부가 제의한 수해지원에 대해 일주일이나 지난 10일에서야 품목과 수량을 제시하라는 반응을 보였다. 받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을 얼마만큼이나 줄 수 있는지 먼저 제시해보라고 뒤늦게 역제의해 온 셈이었다.

북한은 우리측이 고심 끝에 내놓은 밀가루 1만t과 컵라면 300만개, 의약품 및 기타 구호품 등 100억원 상당의 물품에 대해서도 “보잘 것 없다”고 거부했다.

이와 관련,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은 12일 남한이 수해지원문제를 가지고 자신들을 우롱했다면서 “보잘 것 없는 얼마간의 물자를 내들고 우리를 또다시 심히 모독했다”며 “괴뢰패당은 처음부터 우리의 큰물피해에 대해 진심으로 지원하려는 마음이 꼬물만치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수해지원 협의가 진행중인 동안 관영매체들을 동원한 이명박 대통령과 류우익 통일부 장관 등 대남비방도 멈추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처음부터 수해지원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식량지원을 빌미로 남한당국의 의지를 떠보고 남남갈등을 유도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의 대북협상 전략도 아마추어적 수준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부는 3일 대북 수해지원을 제의했지만 7일에서야 국회에서 질문이 나오자 류 장관이 마지못해 이미 수해지원 의사를 전달했다고 답변하는 식으로 밝혔다. 대북 식량지원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비공개로 추진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국민적 합의를 얻기 힘든 상황에서 출발한 셈이었다.

정부는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북한의 전략에 말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북한의 물품과 수량을 먼저 제시하라는 역제의와 100억원 상당의 지원 거부를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통일부는 북한이 원하는 품목이 있을 경우 추가협의를 갖겠다고 밝히는 등 수해지원을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활용하려 했지만 북한이 일언지하에 거부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 악화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통일부가 대북협상의 ‘감’을 잃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수해지원 협의 과정을 보면 큰 틀의 사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임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북한이 쌀이 아니면 거부할 것을 알면서도 다른 물품을 제의했다면 악의적인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원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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