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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화만 한 팀쿡의 아이폰5...‘Jobsless’ 애플 혁신의 덫에 갇히나
“아이폰5는 완벽한 보석(absolute jewel)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제품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르나 부에나 예술센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아이폰5에 대한 자평이다. 그는 “아이폰5에 들어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우리가 이전에 작업했던 그 어떤 제품과도 차원이 다르다”라며 “아이폰 사상 가장 아름다운 제품이라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말했다.

팀 쿡의 자화자찬에는 전설이된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에 대한 묘한 견제 심리도 담겨있는 듯했다. 아이폰4S는 잡스의 유작이다. 잡스의 영혼이 담긴 것이다. 반면 아이폰5는 팀 쿡의 땀과 노력이 담겨있다.

분명 아이폰5는 아이폰4S와 선긋기를 했다. 외관이 가장 두드러진다. 두께는 7.6㎜로 전작보다 18% 얇아졌다. 무게는 112g으로 역시 20% 가벼워졌다. 그럼에도 스크린 크기는 4인치로 0.5인치 늘어났다.

하지만 아이폰5가 슬림해질 것이란 전망은 이미 수개월전부터 돌았다. 아이폰5의 실제 모습은 떠돌던 소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번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특별한 한방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지없이 깨졌다.

반면 남들이 다하는 4세대 이동통신(LTE)망 지원은 이제서야 따라왔다. 카메라는 1300만 화소가 대세가 되고 있다. 아이폰5는 800만 화소에 그친다. 배터리 성능은 오히려 경쟁사들의 신작보다 못하다.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도 빠졌다.

이런 아이폰5에 대한 반응이 냉담할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와우(Wow, 깜짝 놀랄만한 것)가 없었다"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이 신문은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 등장했던 ‘하나 더(One more thing)’가 없어졌다”며 “애플은 새로운 유행을 정착시키는 ‘트렌드세터’ 역할을 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애플의 팬보이(광팬)들 사이에서도 선구자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IT 전문지 씨넷은 “고객들이 애플에게 기대하는 지속적인 혁신이 없으면 애플은 매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디넷도 “아이폰은 진화했을 뿐 혁신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팀 쿡은 아이폰5가 혁신의 결정체인 양 내세웠지만 외부 반응은 이처럼 싸늘했다. 하지만 이는 아이폰5 제품 자체만의 약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의 소송에서 미 배심원들로부터 일방적 승리의 평결을 받은 뒤 더욱 매서워진 세간의 시선을 견뎌야 했다. 소송에만 매달린다는 인상 때문에 삼성전자를 훨씬 능가했던 기업 이미지 선호도는 어느새 미국 내에서 삼성전자에 역전됐다. 아이폰5 발표 직전 경쟁사들이 굵직한 전략폰들 선보여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올라갔다.

결국 애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혁신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진화는 했지만 혁신은 없었다. 어찌보면 그간 애플이 구축한 혁신이 한계에 달한 것일 수도 있다. 넓게 보면 이는 전체 사각형 스마트폰이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더 크고 더 빠른 혁신을 요구하는 세상. 과연 ‘잡스리스’(Jobsless,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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