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남베트남 사이공 미국 대사관 앞. 고승 틱 꽝 득(Thich Quang Duc)은 도로위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정부의 불교탄압정책에 대한 항거였다. 온몸은 이미 휘발유를 뒤짚어썼고, 손에는 성냥 한 개비가 들려있다. 불은 이내 고승의 몸으로 옮겨붙는다. 잡아삼킬 듯한 화염 속에서도 고승의 눈은 맑았고, 표정은 고요했다. 어그러짐 없는 정좌자세로 죽음에 이르는 틱꽝득의 소신공양은 이후 전세계 언론을 통해 타전됐다. ‘침략의 역사’이기 전 ‘저항의 역사’임을 증명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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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시를 가로지르는 흐엉강 기슭에 자리잡은 티엔무 사원에 전시된 틱꽝득 스님의 하늘색 올스모빌(왼쪽), 틱꽝득의 분신 장면을 사용한 레이지 어겐이스트 머신의 동명의 데뷔앨범 커버.[사진제공=하나투어] |
미국의 랩메탈 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은 1992년, 틱꽝득의 마지막 모습을 데뷔 음반 커버로 담아내며 전세계 음악팬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반항의 아이콘’이라는 진부한 수식어가 따라붙은 그들의 정체성이 그룹의 이름과 같은 데뷔앨범으로 태어났다. 곧 ‘반미(反美)의 상징’이었다. 거기엔 410여년간 후에를 보듬은 티엔무(Chua Thien Mu) 사원이 있다. ‘불교도 항거의 중심지’였던 이 곳엔 틱꽝득이 생애 마지막 날 타고 나간 자동차가 전시돼있다. 의외로 올스모빌이다. 물론 열혈신도들의 선물이었다.
▶1926년, 남베트남 터이닌. 응오 반 쩨우(Ngo Van Chieu)는 신흥종교를 일으켰다. 이 종교의 명칭은 까오다이. 까오다이교는 유ㆍ불ㆍ도교와 기독교 사상을 한 그릇에 담아 교의로 삼고있다. 때문에 교단에 들어서면 공자와 석가모니, 예수와 무속신앙의 상징인 산신령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까오다이교의 표식은 ‘거안(巨眼)’이다. 하나의 커다란 눈으로 세상의 진리를 굽어본다는 것. ‘진리는 하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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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오다이교는 일본의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을 통해 상통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만화에서는 ‘친구’로 통용되는 우민당(신종교단체)의 상징을 ‘하나의 눈’으로 표현했다. 눈동자를 가로질러 ‘1’을 뜻하는 검지손가락이 치켜세워져있다. 하나의 눈(포용)으로 하나의 진리(도덕성)를 관통한다는 것. 물론 그 심벌은 ‘또 다른 재앙’이다. 때문에 우라사와가 까오다이교에 영향을 받았는지는 미지수다. 도리어 한때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옴진리교에서 영향을 받았다. 상징체는 그러나 닮았다. ‘20세기 소년’ 이전 까오다이교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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