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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스타일’은…돌다리정치·럭비공정치·게릴라정치
■묻고 또 묻는 ‘돌다리 스타일’
법륜스님·박경철등 전문가 포진
아는 것도 물어보며 변수 예측
관련 정보는 독학으로 수집

■내 마음 나도 몰라? ‘럭비공 스타일’
“내 꿈은 대통령 아니다”등
1년간 여전히 안갯속 행보중
출마시기 과감한 결단 관심집중

■절묘하게 치고 빠지는 ‘게릴라 스타일’
6일 광주·전남 경선때 ‘폭로 폭탄’
출마 시점도 민주후보 선정이후에…
절묘한 타이밍에 전문가도 놀라



지난 11일 “민주 후보 선정후 입장표명”라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짧은 메시지 하나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출마하겠다’ ‘안 하겠다’를 밝힌 것도, 단일화 방법이냐 독자출마냐를 밝힌 것도 아니고 단순히 입장 발표 예고에 불과하지만 이 짧은 메시지 하나는 정국을 블랙홀로 빨아들였다. 

정치권에선 ’정치 천재‘가 뒤에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식 정치가 18대 대선을 깜깜이 선거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많다. ‘돌다리 정치’ ‘럭비공 정치’ ‘게릴라 정치’ 등 3대 안철수식 정치학이 18대 대선판을 들었다 놨다 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진 셈이다.

안철수 원장의 정치잠행이 조만간 끝날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나면 내주 초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돌다리 정치, 게릴라 정치, 럭비공 정치 등 그만의 정치문법으로 18대 대선을 안갯속으로 밀어넣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헤럴드경제 DB]

▶‘묻고 또 묻고’… 돌다리 정치=안 원장의 주변엔 소위 안 원장의 멘토들이 많다. 윤여준 전 장관과 법륜 스님, ‘시골의사’ 박경철 등은 자천타천 ‘안철수의 멘토’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안 원장 주변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멘토로 포진해있는 것은 곧 그의 ‘돌다리 정치’ 스타일로 이어진다. 

판단에 따를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미리 예측해 오판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의사에서 백신 프로그래머, CEO, 카이스트 교수, 대학원장까지 그가 ‘성공가도’를 계속 걸었던 것 역시 이같은 습관 덕이다. 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한 번 내린 판단은 정확할 수 있다는 것.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의 저자 제정임 교수는 “안 원장은 질문지를 받고서 관련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인터넷을 검색해서 자신의 생각을 메모지에 꼼꼼히 정리를 해서 대담에 임했다. 익숙치 않은 분야에 대한 탐구열이 대단했다”고 집필 당시를 회고한다.

안 원장이 좋아하는 책 구절도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남보다 시간을 두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이다. 한 의학도가 컴퓨터 백신을 제작할 정도의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7년간을 독학으로 공부한 것 역시 그의 ‘꼼꼼이 스타일’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대목이다.

안 원장은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철저하게 묻고 따진 다음 선택은 과감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우유부단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업가는 우유부단해선 성공할 수 없다”고 적극 반박한다. 박원순 시장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불과 ‘17분’ 만에 이뤄졌다는 점을 되새겨 달라는 말도 보탠다.

▶‘내마음 나도 몰라’… 럭비공 정치=지난달 29일 안 원장은 자신의 출마 시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도 몰라요”라고 답했다. 이미 새누리당의 박근혜 의원이 후보로 정해져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고, 민주당도 각 지역을 돌며 경선을 진행중인 상황. 대선까지 줄잡아 넉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안 원장의 발언치곤 기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발언이다. 

이후에 알려진 내용이지만 안 원장은 바로 다음 날인 30일, 충남 홍성을 방문했을 때 지역 주민들에게 “내 목표는 대통령이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정치권과 그의 지지자들을 또 한 번 ‘뜨악’하게 만들었다.

안 원장은 지난 7월 19일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펴냈고, 불과 나흘 뒤인 23일에는 SBS의 방송 프로그램 ‘힐링캠프’에도 출연했다. 사실상의 대선 행보로 ‘철수가 마음을 굳혔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정치인은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가 전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도 모른다’ ‘내 꿈은 대통령 아니다’는 등의 안갯속 행보를 계속 보여온 것이다.

안 원장의 이 같은 ‘럭비공 행보’는 지금으로부터 꼭 1년전인 지난해 9월부터 1년 가까이 계속돼왔다. 안 원장은 대담집에서 “자고 일어나 보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 2011년 9월 2일이었다”고 회고했다. 내 뜻이 아니라 주변에 의해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 원장의 한 핵심 측근은 지난 11일 입장 표명 시점을 못 박은 것과 관련, “아마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공법의 승리?’… 게릴라 정치=‘게릴라전’은 정규전 화력이 상대에 비해 절대적 열세인 측이 주로 구사하는 전법이다. 베트남전에서 땅굴을 타고 미군 진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박격포를 날렸던 베트콩의 전법이 대표적인 게릴라 전법이다. 안 원장의 정치 역시 이와 유사하다.

우선 안 원장의 ‘출마 예고’ 시점이 절묘하다. 지난 11일은 야권 단일후보 양자 지지구도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문재인 후보보다 처음으로 낮게 나온 날이다. 특히 안 원장은 ‘민주당 후보가 선정된 이후’로 입장 표명 시점을 잡았다. 통상 경선 직후 경선 승리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는 ‘컨벤션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안 원장의 입장 표명은 곧 민주당 후보로 쏠릴 수 있는 세간의 이목을 자신에게로 돌릴 수 있게 된다. 안 원장의 존재 때문에 경선 흥행을 망친 민주당이 또 한 번 안 원장을 향해 눈을 흘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민주당은 경선 과정에서 중대 분수령인 광주ㆍ전남 경선이 있던 지난 6일 ‘안철수 폭탄’을 맞았다. 새누리당이 안 원장에게 ‘불출마 종용ㆍ협박’을 했다는 금태섭 변호사의 폭로가 같은 날 있었다. 문 후보는 이날 경선에서 50%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어 ‘대세론’을 굳혔지만 ‘집안잔치’에 불과했다. 다음 날 7일, 모든 조간 신문의 1면은 안 원장 측의 폭로로 도배가 됐다. 지난 7월 19일은 다자구도 조사에서 문 후보가 안 원장을 처음으로 넘어섰던 날이었다. 안 원장은 당일 대담집을 출간했다.

그렇다고 안 원장이 줄곧 대선 행보를 보인 것도 아니다. 주요 시기마다 정치권과 비정치권을 들락거리며 제1야당인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안 원장의 대선 출마 대진표를 짜고 있는 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까지 보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타이밍이 절묘하다.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꾼’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말했다.

<홍석희ㆍ양대근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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