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정부 출연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2일 지난 4·11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취약시기 공직기강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은 2009년부터 부장급 연구원들에게 기관운영을 위해 필요하다며 수시로 현금을 요구했다. 이에 부장급 연구원들은 2009년부터 2012년 1월까지 연구과제 수행자들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를 빼돌려 박 원장의 비자금으로 6475만원을 조성했다. 박 원장은 센터장으로 임명된 한 책임연구원에게 대외활동비 명목으로 현금을 요구하는 방법 등을 통해 1400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박 원장은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을 주로 법인카드를 쓸 수 없는 골프장이나 주점에서 사용했다.
박 원장은 또 ‘680,000’이라고 직접 쓴 메모지를 주는 등 수차례에 걸쳐 부장급 연구원들에게 단란주점 외상값을 대납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이에 연구원들은 연구원 업무 외 사용할 수 없는 법인카드로 총 22회에 걸쳐 800여만원의 단란주점 외상대금을 결제했다.
박 원장은 이밖에도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조카의 딸과 동서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채용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인사비리도 저질렀다.
감사원은 박 원장의 비위의 정도가 현저하다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의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에게 해임을 요구하고, 박 원장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부장급 연구원들을 징계처분하라고 조치했다.
한편 이번 감사결과에는 한국전력과 정부산하 병원과 보건소 등의 기강 해이와 비리도 다수 적발됐다. 전문공개 자료는 감사원 홈페이지(www.bai.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대원기자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