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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후 3시=안철수 타임’ …절묘한 타이밍의 정치
‘불출마 종용’ 폭로·출마 입장표명
심층취재·비판기사 쓰기 어려워
언론사 기자들에겐 ‘사선의 시간’

중대발표시점 금요일·주말로 잡은
安측 인사 이헌재 前부총리도
노무현 前대통령도 ‘타이밍의 고수’



# 지난 11일 오후 3시10분께. 기자들의 휴대폰이 일제히 ‘띵~똥’ 문자메시지 도착을 알렸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와 관련된 입장 발표를 예고하는 문자 메시지에 여의도 정론관은 한순간 혼란에 빠졌다.

# 지난 6일 오후 3시. 전 국민의 눈은 모두 TV 화면에 고정됐다.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는 ‘안철수 불출마 종용 협박’을 폭로했다. 충격적인 폭로에 정치권의 모든 이슈는 블랙홀처럼 안 원장에게 빨려들어갔다.

안 원장의 예술 같은 ‘타이밍 정치’가 여의도에서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교롭게 정치권을 뒤흔드는 안 원장발 ‘사건’은 모두 오후 3시로 귀결되고 있는 것. 게다가 타이밍도 절묘하다. 11일은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역전당한 시점이었다. 또 지난 6일은 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중대 분수령을 맞는 광주ㆍ전남 순회경선이 시작될 참이었다. 오후 3시를 분수령으로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시선이 안 원장으로 수렴된 것이다. 자신의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위협요인이 있을 때마다 이벤트를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오후 3시는 언론사 기자들이 사선(死線)에 서는 시간이라는 점에서도 절묘하다. 기사 마감에 한창 바쁜 시간이다. 물리적으로 심층취재를 통한 분석, 또는 비판적 기사를 쓰기도 어렵다. 안 원장 측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서 전달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했는지는 추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자들 사이에서는 “안 원장의 타이밍 정치가 고도로 계산된 것이 아니냐. 뒤에는 분명 언론에 정통한 누군가가 있다”는 푸념이 나오기도 한다.

우연의 일치일까. 안 원장의 타이밍 정치는 ‘안철수 인재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닮은꼴이 많다. 이 전 부총리는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중대 발표를 항상 증시가 마감되는 금요일 오후 3시로 잡았다. 발표 이후 토ㆍ일요일 동안 시장과 여론의 반응을 보고 추가 대응책 등을 결정했다. 그래서 이 전 부총리의 조언이 있지 않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안 원장 역시 이번 주말쯤 측근 인사들과 만나 출마여부와 방식에 대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중대 발표 시점을 금요일이나 공휴일 이전으로 잡았다. 2003년 정국을 강타했던 “그동안 축적된 여러가지 국민들의 불신에 대해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메가톤급 발언을 한 것도 금요일이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비판적인 언론보도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대부분 인사 발표 시기를 금요일 오후로 잡았다. 

<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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