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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리세스 오블리주> 미래 광고계 이끌 인재와 ‘힐링산책’ …젊음의 아픔을 보듬다
<15>이노션월드와이드 채용나눔 현장 특별한 동행
이노션 가을소풍 채용 설명회
답답한 대강당·딱딱한 의자 벗어나
자연속 거닐며 배려와 나눔공유
서로 얼굴맞대고 직무관련 의견토론
취업 스트레스까지 위로하는 힐링
기업의 新채용 문화로 자리매김



“오늘 하루 다 털어놓고 맘 편히 놀다 가는 겁니다. 알겠습니까.” “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노션월드와이드(대표 안건희) 본사에 모인 예비 광고인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날은 이노션 채용설명회 날. 하지만 여느 회사 설명회처럼 대학교 대강당에 모이지도, 딱딱한 지원 안내서도 나눠주지 않았다. 이날의 채용설명회는 가을 소풍으로 준비했기 때문. 선배 광고인과 함께 산책을 즐기며 광고회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듣고 고민도 털어놓으며 취업 준비로 지친 마음을 달래는 시간으로 준비한 것이다.

인재 영입을 위해 기업이 뛰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취업준비생을 위한 진정한 배려와 나눔 철학이 깃들어 있다는 점에서 최근 대세로 떠오른 ‘힐링(Healing) 채용설명회’ 현장이다.

이노션월드와이드는 취업난으로 지친 예비 광고인의 심신을 달래주는‘ 힐링’ 콘셉트의 채용설명회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선배 광고인과 산책을 하며 실제 광고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대화로 밝은 분위기의 하루를 보냈다.

간단히 일정소개 후 카피라이터, 광고기획(AE), 아트디렉터(AD), 경영 등 직무마다 선배 광고인들 중심으로 조가 짜여졌다. 자신이 원하는 직무에서 하는 일과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면대면으로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출발했다. 이날 산책로는 경기도 포천 광릉 수목원.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학업과 취업 스트레스로 고생한 심신을 달래라는 배려다. 약간은 서먹했던 분위기는 금세 밝아졌다. 모두 광고라는 같은 꿈을 꾸고 있어선지 말이 금세 통했다. 왜 광고인이 되고 싶은지, 그동안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어떤 점이 힘든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동하는 동안 이노션이 지금까지 만든 TV 광고와 캠페인에 대한 몇 개의 영상을 시청했다. 마트의 쇼핑카트 보증금으로 쓰이는 100원짜리 동전을 모아 굿네이버스에 기부하고 동전이 꽉 채워지면 정기후원을 할 수 있는 QR코드가 나타난다는 내용으로 작년 칸 광고제에서 본상을 수상한 홈플러스의 ‘러브파킹’ 캠페인 등 이노션이 만들어 주목받았던 기획들에 대해 쉽고 일목요연하게 보여줬다. 시청한 내용과 채용 정보에 대한 퀴즈로 복습을 하기도 했다.

“국내 대표적인 광고기획사로서 이노션의 기획력과 창의력을 느낄 수 있었다”는 분위기가 짙었다.

수목원에 도착해서 직무별로 선배 광고인을 따라 산책을 시작했다. 카피라이터 팀은 “왜 광고인이 되고 싶냐”는 이채승 카피라이터의 질문에 “나의 글을 세상에 보이고 싶었다” “짧은 순간에 사람들을 움직이는 광고가 매력적”이라는 대답을 쏟아냈다. 하지만 “왜 꼭 카피라이터냐”는 질문에는 다소 머뭇거리며 답을 하지 못했다. 이 씨는 “그냥 ‘광고가 하고 싶다’가 아니라 왜 광고여야 하는지, 왜 카피라이터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면접에서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해선 자신만의 이유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입사 경쟁률이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선배 광고인들은 하나하나 꼼꼼하게 답해주면서도 “광고인이 되는 길은 1 아니면 0”라며 “기술적이고 자잘한 내용 하나하나를 신경쓰는 것보다 ‘광고가 너무나 하고 싶다’는 열정과 의지를 내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특히 광고와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경험이라도 무엇이든지 해보고 거기서 얻은 점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광고를 잘하려면 사람들을 이해해야 하고, 다양한 경험은 그 이해의 기반이 된다는 뜻이다.

여러 지역에서 모이다 보니 사투리에 대한 고민도 나왔다. 사투리를 쓰는 것이 광고인으로서 흠이 되지 않냐는 것. 이 씨는 자신이 한 부산지역 라디오에 나가는 공익광고 카피를 만들면서 “어데요?”라는 카피 하나로 광고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사투리를 자신만의 강점으로 만들어가라”고 했다. “선배의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이라 현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졌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임동수(27ㆍ명지대 건축학과 졸업) 씨가 “다른 채용설명회에 가면 다들 열심히 놀아보라고 말하는데 진짜 놀아도 되냐”고 질문하자 “노는 것은 좋다. 하지만 혼자 놀지 말고 무언가 남는 것이 느껴지게 놀아야 한다”는 조언이 돌아왔다.

이노션이 준비한 가을 소풍이 다른 채용설명회와 다른 점에 대해 물었다. 새내기 때부터 꾸준히 광고계를 준비해 왔다는 김현성(26ㆍ경기대 경영학과 4년) 씨는 “보통 채용설명회에선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고 질문시간에도 많아야 대여섯명밖에 질문할 수 없다”며 “오늘은 몇 시간 동안 선배와 함께 다니면서 궁금한 것을 모두 다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답했다.

산책이 끝난 후 인근의 한 한식집에서 채소와 나물 위주의 메뉴로 꾸며진 저녁식사를 하며 이날의 채용설명회를 끝맺었다. 육식과 인스턴트 음식에 지친 참가자들을 위한, ‘힐링’이라는 이날 주제와 꼭 맞는 메뉴 선택이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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