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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최고 학력 국가 자축할 일 아니다
뜨거운 교육열이 세계 최고 학력수준의 국가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지만 이를 자축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최고 학력 국가가 자살률 역시 8년째 OECD 1위라는 불편한 진실 때문이다.


올해도 우리나라가 최고학력 국가라는 통계가 나왔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청년층의 고졸 및 대졸 이상자 비율이 OECD 회원국 34개국과 비회원국 8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25~34세 청년층의 고등학교 이수율(졸업자 비율ㆍ98%)과 고등교육(전문대 이상) 이수율(65%)은 OECD 1위다. 특히 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 평균인 38%의 배 수준에 육박했다. 연령별 취학률 역시 2세 이하 31.6%, 3~4세 80.2%, 5~14세 99.7%로, 30세 미만 연령대에서는 OECD 평균보다 모두 높게 나타났다.

‘배워야 살 수 있다’는 우리 부모들의 철썩같은 믿음이 자녀 교육에 아낌없는 투자로 이어진 결과다.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정부를 제외한 민간의 공교육비 부담률은 2001년 이래 12년째 우리나라가 OECD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민간부담률은 한국이 3.1%로 칠레(2.6%), 미국(2.1%), 일본(1.7%) 등을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초ㆍ중ㆍ고교 교육에서의 민간부담률은 1.1%로 OECD 평균(0.3%)의 3배를 웃돌았고, 대학 등 고등교육의 민간부담률 역시 1.9%로 OECD 평균(0.5%)의 4배에 육박한다.

이 조사는 정규 교육과정에 대한 지출만 집계한 것이다. 연간 21조원으로 추산되는 사교육비를 보태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사교육비 지출비용 역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회자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빚에 쪼들리면서도 교육비는 과다하게 지출하는 이른바 ‘교육 빈곤층(에듀푸어)’이 82만4000가구, 가구원이 305만명으로 추산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저소득층에서는 심지어 사교육비를 대려고 주택을 담보로 대출까지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소득 하위 20% 가구의 담보대출 가운데 교육비 목적 대출은 2.0%에 달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교육비 목적 담보대출 비중 0.8%보다 2.5배나 많은 것이다. 소득이 많은 가구건, 적은 가구건 간에 교육비 지출엔 인색하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의 교육열이 세계 최고 학력수준의 국가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지만 이를 마냥 자축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최고 학력 국가가 자살률 역시 8년째 OECD 1위라는 불편한 진실 때문이다. 2009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8.4명으로 OECD 평균인 11.3명의 2배가 넘는다. 20세 미만 아동ㆍ청소년 자살자도 10만명당 13명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 성적비관, 가정불화 등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소년은 437명으로 전년보다 17.8% 급증했다.

이쯤 되면 교육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할 것 같다. 값진 삶을 살도록 가르쳐야 할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배움의 이유가 학력중시 풍조에 의한 것은 아닌지, 인성보다는 지식 주입에 교육이 몰입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진단할 때다. 전인교육(全人敎育)을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아울러 초ㆍ중ㆍ고교생의 사교육비 부담을 고려해 공교육의 내실을 다지고 교육재정을 확충하는 동시에 마이스터고ㆍ특성화고로의 진학 활성화에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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