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총리실 1그룹 140명 첫 이전
“사실상 시행착오 그룹공무는 물론 사생활까지
수많은 오류 겪게 될것”
국회 보고·업무 협의 등
행정비효율 가장 큰 문제
스마트센터 등 대안 시급
“보통 일이 아닙니다.”
단군 이래 최대이자 전무후무한 세종시 대실험을 앞두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한숨을 쉬면서 뱉어낸 말이다. 세종시로 내려가는 공무원들의 주거와 교육 문제는 둘째치고 1년에 국회에 출석하기 위해 4만번, 왕복으로 8만번 서울과 세종시를 오락가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14일 오후에는 정부부처 1단계 이전 대상 중 가장 먼저 이삿짐을 꾸린 국무총리실 1그룹 140명의 이전이 시작된다. 총리실은 11월 2그룹 448명, 12월 3그룹 104명으로 나누어 세종시 이전을 마무리 짓게 된다.
세종시 이전은 서울시 면적의 77%에 이르는 465㎢를 ‘명품도시’로 탈바꿈시키고, 2014년까지 16개 중앙행정기관과 20개 소속기관, 16개 국책연구기관이 순차적으로 입주하는 말 그대로 ‘대역사’다.
하지만 세종시 실험 전망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한 고위공무원은 10일 “이번에 내려가는 총리실 1그룹은 사실상 시행착오 그룹”이라며 “2그룹이 내려오는 11월까지 3개월 동안 보고와 지시, 협의 등 공무는 물론 사생활에서도 수많은 오류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공무원들이 출장 및 출퇴근으로 서울과 세종시를 오르내려야 하는 등 정치와 행정의 이중 시스템으로 인해 빚어지는 행정 비효율이다.
정부가 지난해 조사한 중앙행정기관 회의 및 출장 실태 결과에 따르면 22개 부처 공무원들의 1년간 출장은 4만여 차례에 달했다.
특히 각종 보고를 위한 국회 방문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는 정부세종청사 시대 개막 이후에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부처와의 업무협의와 의견조율이 많은 총리실과 기획재정부 등 핵심부처가 세종시로 내려가는 데다 원격화상회의시스템이나 스마트워크센터 등 정부가 고심하고 있는 대안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세종시 이주 공무원 1만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10%가 넘는 응답자가 세종시 이전 후에도 서울에서 출퇴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1000여명이 넘는 공무원의 출퇴근과 출장, 그리고 서울-오송 간 KTX 요금 1만7200원을 상정해 단순계산하면 1주일에 5000여만원의 교통비가 발생하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 공무원 출장비용과 민원인들의 방문비용 등을 고려할 경우 연간 1200억원에서 1400억원의 행정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지금도 수많은 공무원이 국회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바람에 제대로 업무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로 불려다니게 되면 정작 세종시에서는 일을 제대로 보기 힘들 것”이라며 “현재로선 답이 없는 상황으로,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주거시설이나 병원ㆍ은행ㆍ시장 등 편의시설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도 세종시 실험의 불안요인이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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