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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행, 2차 피해를 막자> 예산편성 부처 ‘따로’ 집행부처 ‘따로’
③ 한국엔 피해자 구제 없다?
법무부·여성부로 이원화 비효율
그나마 예산조정시 최우선 삭감

12개지역 원스톱 지원센터 단 1곳
정신치유 회복 프로그램도 부족


최근 연이어 아동ㆍ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 성범죄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강력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 처벌을 위한 대책들이 주를 이루면서 정작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추가 피해자 발생도 불가피하다. 실제로 정부의 종합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성범죄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다. 범죄 자체의 예방도 중요하지만 정부 대책들이 피해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책에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손길이 미치지 않는 성범죄 피해자 구제=2011년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강간ㆍ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매년 증가했다. 2007년 1만3396건, 2008년 1만5017건, 2009년 1만5693건, 2010년 1만8256건, 2011년 1만9498건으로 증가 추세다. 하지만 성범죄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비율이 7%대임을 감안하면 지난해의 경우 실제 발생한 성범죄는 23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루 630여건의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 피해자의 정신적ㆍ육체적 상처 치유 지원은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여성ㆍ아동 폭력 피해자 구제를 위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원스톱지원센터와 해바라기 여성아동센터의 지원을 받은 피해자는 지난해 1만2430명에 그친다.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원스톱지원센터는 현재 서울 3곳, 경기 강원 전남 각각 2곳과 7개 지역 각 1곳씩 총 16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전남, 대전, 제주에는 아예 아동전문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해바라기 센터가 없다.

성폭력 피해자의 정신 치유와 회복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도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복권기금 피해자 치유ㆍ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한 66개 기관의 성폭력 전화 상담원을 대상으로 ‘상담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이유’를 물은 결과, 25%가 “피해자의 개인사정에 따른 치료 중단”을 꼽았으며 23.1%는 “복권기금의 회기 제한으로 프로그램이 중단되거나 다른 지원을 끌어와야 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홍보가 부족해 대상자 모집이 어렵다는 답변(13.5%)도 있었다.

▶예산 부족하고 현장지원 효율성은 떨어져=여성가족부의 2012년 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은 267억1700만원으로, 이 중에서 영양제, 어린이용 대변백 등 피해자 치료에 필요한 물품은 의사의 처방이 있는 경우 예산에서 전액 지원을 하고 있다. 진료비용이 5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시ㆍ군ㆍ구 담당과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관계전문가와 시설대표 및 의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심의, 추가 지원을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성범죄 피해자 지원기관의 활동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예산 부처와 집행 부처의 분리로 인한 예산 편성과 분배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범죄 피해자 보호기금은 법무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은 여가부에서 하고 있다”며 “예산 조정 시 우선적으로 삭감되기도 한다. 예산 부처와 집행 부처가 일원화돼야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올해 범죄 피해자 보호기금 633억여원 중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예산은 10억3100만원으로, 지난해에도 10억원 수준의 예산이 편성됐으나 집행 후 오히려 3300만원이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성폭력위기센터는 올해 예산이 이미 소진된 상태다. 지역별ㆍ기관별 성범죄 피해자에 따른 지원 금액의 조정이 안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당장 올해 3분기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배정된 피해자 지원금도 400만원이 전부이다. 장기 치료가 필요한 이들과 새로운 피해자 지원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태형 기자>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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