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와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외교 무대에서 엇갈린 행보를 선보였다. 이 대통령은 독도 문제를 잠시 접어둔 채 폭 넓은 외교전을 펼쳤고, 반면 노다 총리는 영토문제 부각 외교에 총력을 쏟았다.
이 대통령이 회의 첫날인 지난 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현지 외교가에 주목을 받았다. 공식적인 양자회담은 아니었지만 APEC 제1차 회의에 앞서 대기하던 중 양 정상이 포옹을 하고, 중국 내 지진 피해에 대한 위로를 건네면서 우의를 과시한 것이다. 중국은 우리와 같이 일본과 영토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만큼, 이날 두 정상의 모습은 일본 입장에서는 속편하게 볼 수 많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는 별도 양자회담을 열어 남북문제 및 경제협력 등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또 이 대통령은 9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과도 따로 만나 북한 정세 및 동향에 대해 논의하고,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전통적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반면 노다 총리의 행보는 대체로 영토 문제에 국한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빚은 상황에서 노다 총리와 후 주석 간 의미 있는 만남이 이뤄지지 않자 양국간 냉랭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회의 주최국인 러시아와도 별도 양자회담 형식이 아닌 비공식 회동을 진행했다. 노다 총리는 회동 후 자국 취재진과 만나 12월 방러 사실을 공개하며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교섭에 대해 언급했다. 노다 총리는 한국ㆍ중국과는 영토 문제가 껄끄러워 모처럼 마련된 외교석상에서 제대로 된 협의를 하지 못했고, 러시아와 회동에서도 영토 문제에만 집중한 셈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런 노다 총리의 행보에 대해 10월로 예상되는 총선을 의식한 나머지, 국제 외교에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홍길용 기자 / kyhong@heraldcorp.com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