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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安風'에 시달리는 민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 대학원장 바람에 민주통합당의 속앓이가 심해지고 있다. 겉으로는 ‘反박근혜’라는 공동 목표로 뭉친 우군으로 대접하고 있지만, 자칫 당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습이다.

9일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민주당 ‘비문’ 주자들은 안 원장과 관련한 당 지도부의 태도, 특히 문재인 후보의 입장에 대해 집중 공격했다. 대선을 100일 앞두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안 원장간의 대결구도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안 원장 문제에 팔을 걷어붙임으로써 가뜩이나 존재감을 잃은 민주당 주자들의 공간을 좁아지게 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8일 부산 경선, 그리고 이날 대전ㆍ충남 경선에서 후보들은 이런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정세균 후보는 “지금 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이 한창인데 일부 국회의원들은 당 바깥의 사람을 대변하고 있다”며 안 원장을 둘러싼 진실공방에 당 지도부가 진상조사위를 만드는 등 야단법석인 태도를 꼬집었다.

손학규 후보측도 마찬가지 입장을 밝혔다. “안 원장 스스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데, 당 지도부가 안 원장 대리인이라도 되는 양 팔을 걷어붙인 것은 과하고 민망하다”는 것이다.

당내 비주류 의원들도 지도부의 지나친 충성 경쟁에 경종을 울렸다. 수위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안 원장의 대변인은 아니지 않느냐. 자칫 민주당 지지층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불법사찰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 소속인 송호창 의원이 지난 6일 지도부와 사전 상의도 없이 안 원장측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을 놓고 비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장외주자에 대한 공개적 지지표명 아니냐”며 “지도부가 이를 지원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약 60여 명으로 추산되는 당 내 안철수 지지파들의 유사시 분당 또는 분당에 해당하는 이적행위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2년 대선 과정의 ‘후단협 사태’ 재현을 우려했다. 안 원장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이 극히 희박해진 가운데, 당이 안철수파와 민주당 후보파로 양분되는 상황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2002년 10월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15%대로 주저앉자 당내 반노(반노무현)ㆍ비노(비노무현) 의원들을 중심으로 무소속 정몽준 의원과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후단협 사태의 재현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당시 민주당은 집단 탈당 사태가 빚어졌으며 당 일각에서 후보 교체론까지 고개를 들면서 엄청난 내홍에 휩싸였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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