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9월 6일 오후 3시. 여의도 정치권이 일순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로 빨려 들어갔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의 긴급 기자회견은 여의도 정치판을 집어 삼키는 블랙홀이 됐다. 제1야당의 대선후보 경선, 여당 대선후보의 호남방문, 진보당의 분당사태도 ‘금태섭ㆍ정준길 진실공방’에 모두 파묻혔다. 안 원장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 한국 정당정치의 맨 얼굴이 드러난셈 셈이다.
금 변호사가 ‘새누리당의 안 원장 불출마 협박’ 폭로에 입을 열던 같은 시각 민주통합당은 당의 ‘심장’인 광주ㆍ전남 지역 순회경선이 시작됐다. 하지만 3시 경선을 시작하자마자 안 원장 측 기자회견 소식이 흘러들어왔고,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1위를 차지한 문 후보는 안 원장 측 기자회견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제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라며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당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 광주 경선이 다 죽었다”고 말했고, 또다른 관계자는 “설마 일부러 시간을 이렇게 잡았겠냐”면서도 착잡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안 원장측의 긴급 기자회견이 제1 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된 것이다.
호남을 찾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도 안 원장에 대한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박 후보는 태풍이 강타한 전남 신안군과 진도군의 피해상황을 둘러보고 광주 비엔날레 개막행사에 참가하는 등 국민대통합 행보를 이어갔지만, 주민들은 박 후보의 방문보다 안 원장과의 대립각에 더 신경을 썼다. 박 후보의 측근인사는 “후보도 이제 막 소식을 전해들었다. 우리도 다른 일을 하다가 와서 상황을 잘 알지못한다”며 당혹스러워했다.
통합진보당에게는 더욱 잔인한 시간이었다. 단식 중인 강기갑 대표가 구당권파와 협상을 포기한 채 분당을 선언했다. 그러나 강 대표의 단식도, 쪼개진 진보정당의 운명도 대중의 관심조차 얻지 못했다. 강 대표가 속한 혁신모임과 구당권파는 이와중에도 분열과 갈등을 이어갔다. 구당권파는 중앙위원회 의장인 강 대표의 동의 없이 중앙위 개최를 강행했고, 혁신모임은 분당을 대비해 자파 비례대표 의원 4명을 자체제명하는 꼼수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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