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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려로 출발한 ‘각시탈’, 어떻게 성공했나?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지난 5월 30일 첫 방송된 KBS 수목극 ‘각시탈’은 강점과 약점을 안고 출발했다. 일제 강점기 가면을 쓰고 활약하는 ‘한국형 슈퍼히어로’ 이야기는 내용이 분명하고 단순해 감정이입하기에 좋았다. 하지만 1974년에 나온 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다보니 현재의 시청자에게 소구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제기됐다. 식민 치하 억압받았던 우리 민족을 착취하는 조선총독부의 일본인과 친일파를 각시탈이 처단하는 게 후련하지만 이것만으로 2012년 시청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각색과 재해석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제작진은 이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몇가지 장치를 집어넣었다. 그 첫째가 원작에는 없는 2대 각시탈인 이강토(주원)와 오목단(진세연)의 애절한 멜로였다. 하지만 이는 마지막 직전까지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독립군 대장 담사리의 딸인 ‘경성판 캔디' 목단은 캐릭터로서 확고한 개성이 부족해 독립운동을 하다 일경에 자주 붙잡히며 ‘민폐'가 됐다. 신인 진세연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배역을 맡았고, 일제강점기 여성 이미지가 아닌 2010년대 젊은 여성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점도 문제였다. 하지만 6일 마지막회에서 강토와 결혼식을 올렸으나 기무라 슌지(박기웅)에게 강토 대신 총을 맞고 죽어가는 장면에서는 큰 울림을 남기기도 했다.


두번째로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던져준 것은 강토와 슌지의 엇갈린 운명과 눈물겨운 우정이었다. 이건 큰 효과를 낳았다. 서로 대결을 벌어야 하는 운명이지만 우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시청자에게 시종 긴장감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주원은 확고한 원톱 배우로 성장했다. 사랑하는 여인과 가족, 친구까지 잃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대의를 위해 나아가는 그의 연기는 빛이 났다.

박기웅도 선과 악을 오가는 연기로 첨예한 맞대결을 벌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과 악이 교차하는 박기웅의 표정 연기는 일품이었다. 마지막에 친구인 강토와 맞대결을 피한 채 권총으로 자결하는 장면은 큰 슬픔을 자아냈다.

‘각시탈'의 기본 정신도 감동을 주었다. 독도 문제로 일본이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각시탈'의 독립정신은 새롭게 새길만했다. 담사리가 일경에 체포돼 권총으로 자결하기 직전 “일본이 각시탈과 양백, 동진을 잡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조선에는 모래알 수 만큼의 각시탈과 양백,동진이 있다”고 말하고 당당히 죽는 모습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유현미 작가의 뚝심과 작가정신이 잘 발휘된 작품이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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