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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외교갈등에도 도쿄 신오쿠보 한류 거리 ‘북적’, 우려와 기대는 교차
[도쿄=이형석 기자] 지난 4일 오후 JR 동일본 야마노테선 신오쿠보역. 전철에서 내리자 처음 눈에 띈 것은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과 한가인, ‘옥탑방 왕세자’의 유천과 한지민의 얼굴을 크게 내세운 일본 내 한 한류전문 TV채널의 광고 간판이었다. 신주쿠역에서 신오쿠보역으로 오는 전철길에선 가수 세븐의 신작 앨범 출시를 알리는 대형 간판이 눈길을 끌었다. 신오쿠보역에서 빠져나오자 대형 한류 종합 매장들이 눈에 확 들어왔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비롯해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아이돌그룹의 노래들이 귀를 잡았다. 이곳부터 200여m가 일본 내 한류의 성지로 꼽히는 신오쿠보의 한인타운이다. 차도를 따라 한국 가수의 음반과 영화 및 드라마 DVD, 스타들의 캐릭터 상품들을 파는 종합매장과 한류 콘셉트의 카페, 한글 간판의 한식당, 라면ㆍ과자 등 한국산 식품, 화장품 가게 등이 늘어섰다. 퇴근 시간을 한참 앞둔 평일 낮이었지만 거리엔 행인들이 바쁘게 오갔고 매장마다 손님들로 북적였다. 연일 신문과 TV에 오르내리는 한ㆍ일 간 외교갈등이 적어도 이곳 거리에선 무색했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손님들을 호객하는 직원들이 손님들의 발길을 잡았다.
신오쿠보엔 3~4층 건물 한 채를 통째로 한류 관련 상품으로 채운 매장들이 적지 않았다. 비교적 좁은 곳엔 10여명, 대형 매장엔 30~50여명의 일본인이 층마다 쇼핑 바구니를 들고 분주하게 상품들을 둘러봤다. 대부분 여성이었고, 20대에서 중년에 이르기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한ㆍ일 외교갈등 여파가 이곳에도 미쳤을까? 한 매장의 지배인에게 물었더니 ‘실명 인터뷰’를 거절했다. “최근 기자들이 잇따라 찾아왔지만 위(경영진)로부터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 그는 “일상적인 성수기냐 비수기냐에 따라 다를 뿐, 외교 갈등을 전후로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수나 매출은 큰 차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한 한식당의 점원은 “최근 들어 다소 매출이 줄어들긴 했다”고 했지만 “계절의 영향인지, 외교 갈등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했다.
매장에서 빅뱅의 CD를 집어든 한 40대의 일본 여성은 “다케시마니 독도니 하는 얘기들은 들어봤지만, 외교 갈등에 대해 잘 알고 있지도 못하고 큰 관심도 없다”며 “정치 문제에 적극적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 한류팬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에서 마주친 20대 일본 여대생은 “정치인들이 문제”라며 “외교는 외교로 풀어가야지, 문화 교류에까지 타격을 줘서는 안될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일본에선 전반적으로 반한 여론이 높아지고, 일부 K팝 공연이 취소되는 등 ‘한류 위축’의 조짐과 한국방문 일본 여행객이나 일본 내 한국 드라마 방영의 증가 등 ‘한류 건재’의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신오쿠보의 한류거리엔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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