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왜? 갑자기 장하준인가?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18대 대선을 100여일 앞둔 여의도 정치판이 난데없이 ‘장하준 텍스트’에 주목하고 있다. 좌(左)와 우(右) 어느 한 켠에 머물길 거부하며 한국 사회에서 이단적 경제학자로 통하는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가 12월 대선을 움직일 수 있는 장기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하준 카드’의 진앙지는 의외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측은 장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 않고 있다. 새누리당과 장하준은 얼핏보면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장 교수는 한국경제연구원과 자유기업원 등 보수적인 경제집단으로부터도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곤 했다. 당내에서도 반신반의할 정도로 장 교수 영입은 의외의 카드다.

정치권에선 장하준 텍스트가 주는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함의에 주목하고 있다. 장 교수는 ‘재벌은 해체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하고,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이 아닌 보편적 복지”라는 입장이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으로 압축됐고, ‘탐욕의 대상’(김종인 박근혜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해체 대상’(민주당ㆍ통진당)으로 비하되고 있다. 순환출자금지, 금산분리 강화등 각론에서 제어 불가능할 정도로 앞서 나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 교수는 지난달 21일에는 민주당 후보 초청토론에서 “재벌 통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재벌 규제 논의가 자꾸 지배구조 문제에 치중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아니고 그보다는 시민권 개념에 근거를 두고 보편적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산업정책, 중소기업 고유 업종 지정, 공정거래법과 같은 제도로 재벌을 규제해야지 어느 집안을 쫓아낸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잔뜩 부풀려놓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재벌해체 등 망극적 포퓰리즘 사이의 중간점에 있는 셈이다.

장 교수는 특히 누구도 성과를 부인할 수 없는 박정희식 국가경제개발 모델과 경제민주화 사이의 불일치를 연결시켜주는 열쇠이기도 하다. 경제민주화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관치ㆍ성장 제일주의 산업정책은 극복 대상이다. 하지만 장 교수는 되려 박정희식 경제모델에 주목한다. 보호무역주의로 자국의 경쟁력을 높여 경제 패권을 장악한 부자 나라들이 자유경쟁을 들고 나오면서 걷어치운 ‘사다리’를 박정희식 산업정책과 경제개발계획 모델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버지를 부정해야 하는 박 후보로서는 박정희 경제관을 창조적으로 재가공해 낼 수 있는 조력자가 장 교수가 될 수 있다. 이슈를 선점당한 민주당 입장에서도 너무 앞으로 나가버린 경제민주화를 주워 담을 수 있는 최고의 그릇이기도 하다.

더군나다 장 교수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경제학자이면서 ‘나쁜 사마리아’등 저서를 통해 좌-우, 진보-보수의 진영논리에 갇히기 보다는 쾌도난마식으로 양국화등을 다뤄 대중의 열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기성 제도권에 주눅들어 있던 젊은이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같은 청량제다. 정치권의 키워드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과도 일맥상통하는 이단아이기도 하다.

한 정치 전문가는 “기성 정치에 대한 강한 반감, 경제민주화에 대한 열망 등이 복합적으로 터져나오는 18대 대선판에서 장 교수는 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카드”라며 “특히 좌우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중도 진보를 보수 프레임안으로 끌어오는 데에 장 교수만큼 적격자는 없다. 새누리가 장 교수를 실제 영입하든, 영입하지 못하든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득은 그만큼 많다”고 평가했다.

hanimom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