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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 뛰어난 영상 · 스토리텔링…드라마 뛰어넘은 명품다큐 ‘슈퍼피쉬’
참치·연어·메기 잡는 방법
오랜보관위해 개발한 염장 등…
사람 이야기·그 지역 역사…
물고기라는 음식통해 풀이

생생함위해 ‘매트릭스’기법도입
무려 카메라 60대나 설치


최근 KBS가 방송한 5부작 ‘슈퍼피쉬’는 압도적으로 뛰어난 영상미와 그 속의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잘 어우러진 다큐멘터리 역작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슈퍼피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지역 역사를 물고기라는 음식으로 풀어냈다. 참치 연어 메기를 잡는 방법부터 오랜 기간 보관하기 위해 개발한 염장, 훈제 등 저장방식과 요리방식까지 상세히 취재해 보여줌으로써 인류의 보편적 속성을 이해하게 했다. 세계사 속의 지역사이자 미시사(微視史)로의 가치가 높다.

서양인들도 즐겨먹는 일본의 스시는 아시아인의 역사 속에 나타나는 절인 음식이 원조라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웠다. 아시아에서 벼농사를 짓는 지역에서는 민물생선을 저장하기 위해 밥을 넣고 6개월~1년간 발효시킨다. 라오스의 빠솜, 일본의 후나즈시(붕어), 캄보디아의 뻐어, 태국의 플라라가 그런 음식이다. 절인 음식을 지칭하는 ‘지(魚旨)’는 산시 성 시안박물관의 비문에 발견되는데, 기원전 8세기에도 인류는 절인 음식을 먹었다는 것이다. 발효음식문화는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스시는 절인 생선이 날생선으로 바뀌면서 생긴 음식이다. 200년 전 에도(도쿄)가 인구 100만의 도시로 발전하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즉석 포장마차에서 만들어내는 스시를 먹게 됐다는 것이다. 원래 슬로푸드가 초(超)패스트푸드로 전환한 것이다. 여기에는 절인 음식이 발효하면서 내는 신맛을 인공적으로 식초를 넣어 낼 수 있게 된 덕도 있다.(원래 스시(すし)는 ‘시큼한 맛’을 의미한다.)
 
KBS‘ 슈퍼피쉬’는 물고기를 잡아 저장하고, 요리하는 것을 인류 역사로 풀어내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발견한 다큐멘터리 역작이다.

특히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산란을 위해 매년 5월 이동하는 참치떼를 이탈리아에서 잡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참치 잡는 대장을 의미하는 ‘라이스’의 지휘 아래 긴 함정 그물에 가둬 잡는 ‘마탄자(학살이란 뜻)’는 첨단 촬영기법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아프리카 말리의 니제르강 지류인 메기 산란장 안토고 호수에서 1년에 딱 한 번 15분간 허락된 고기잡이를 위해 수천명의 도건족이 나뭇가지로 만든 기구를 들고 호수로 뛰어들었다. 잡은 메기를 입에 넣어 고개를 흔들며 기뻐하는 원주민의 모습은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가마우지로 물고기를 사냥하는 중국 남쪽 지방은 1300년 전통의 관광상품으로 이를 재현하고 있다.

바이킹은 배에서 말린 대구를 씹으면서 북유럽을 정벌했다고 한다. 칭기즈칸은 육포를 개발해 군사들의 에너지원으로 삼았다. 임진왜란의 전쟁터인 남해안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병사를 먹일 식량이었다. 군대의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급 지원 기능을 하는 병참(兵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이 아닐까. 7년간의 전쟁에서 병사가 배가 고프면 전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통영과 남해, 하동 등지에서 지금도 해산물 등 먹을거리가 많은 이유의 하나로 설명된다.

청어를 소금에 절인 채로 수개월간 발효시킨 스웨덴의 수루스테리밍은 공중 화장실보다 더한 악취를 풍긴다. 하지만 강력한 비린내 뒤에 위대한 선조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밖에도 세계 최초로 참치 양식에 성공한 호주 포트링컨이 작고 가난했던 시골마을에서 부촌으로 성장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아메리카 대륙으로의 이주와 정착까지 이끌어낸 대구잡이, 서양의 역사를 움직여온 그리스도와 물고기의 이야기도 충분히 관심을 끌만 했다.

‘차마고도’, ‘누들로드’에 이은 ‘슈퍼피쉬’는 2년의 제작 기간, 제작비는 20여억원이 투입됐다. 100억원이나 들여놓고도 엉성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가치를 인정해주고 싶다.

‘슈퍼피쉬’를 시청하면서 느낀 점은 소금을 이용해 물고기를 저장해 온 인류의 지혜가 놀랍고, 이를 세계인의 보편적 감성으로 연결시키는 근거를 찾아나서는 제작진의 탐구 정신에 감탄했다.

제작진은 이 역동적인 현장을 더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촬영에서 편집, 3D 구현까지 많은 애를 썼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처음 선보인, 60대의 카메라를 배열시킨 ‘타임 슬라이스 촬영’과 수중 HD 초고속 촬영, 케이블 캠 촬영 등 첨단 특수 촬영으로 역동적이고 스펙터클한 영상을 담아냈다. 메콩강의 급류 위로 촬영팀이 생명을 걸고 케이블을 설치해 라오스 곤파펭의 쌈량이 무서운 급류 위에서 그물을 던지는 스펙터클을 촬영할 수 있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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