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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과 그림…그 경계에 서다
극사실주의 화가 이석주 개인전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휘날리는 백마의 갈기, 뽀얀 연기를 뿜으며 내달리는 증기기관차 등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해 온 화가 이석주(60ㆍ숙명여대 교수). 그가 9월 5일부터 25일까지 인사동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홍익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이석주는 묵묵히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하이퍼 리얼리즘 회화의 한 축을 지탱해 온 작가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두꺼운 책의 겉모습을 마치 고배율의 접사렌즈로 들여다보듯 섬세하게 그린 작품을 발표한다.

이석주가 근래에 즐겨 그리는 것은 미술서적이다. 대부분 원서로, 너무 오랫동안 간직해 와 모서리 부분이 마모돼 거의 나달나달해진 상태. 작가는 양장본 책자의 표지를 견고하게 감싸고 있던 헝겊의 낡은 올 하나하나까지 너무나도 정교하게 그려 “혹시 사진 아닌가?”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낡은 미술서적의 실낱까지 세밀하게 묘사한 이석주의 유화‘ 사유적 공간’.                                     [사진제공=노화랑]

작가는 “책을 그리기 전까지는 시계와 말, 기차 등 서로 이질적인 대상이 교차하는 환상적인 풍경을 그렸는데 책에 주목하면서 책의 존재성 자체를 강조하는 쪽으로 작업이 바뀌었다”고 했다.

1970년대 말 이석주는 ‘벽’을 확대해 거친 벽돌을 시각이 압도될 만큼 리얼하게 옮겨내며 암울한 현실을 은유했다. 이어 80년대에는 도시와 인간이 만들어내는 순간 상황을 포착해 ‘일상’시리즈를 내놓았고, 90년대 중반부터는 ‘서정적 풍경’이란 타이틀 아래 기차ㆍ의자ㆍ꽃ㆍ말과 같은 사물이 화면에 등장하는 회화를 선보여 왔다. 이렇듯 이석주는 ‘대상’과 ‘세계’가 구성하는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해 왔다. 이번에 발표하는 일련의 ‘책’ 연작은 더욱 그렇다. 물체의 특성을 극단까지 파고들어 객관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자신을 더욱 엄정하게 돌아보는 것.

그는 100호 크기 작품을 꼬박 한 달 걸려 완성한다. 밥 먹는 시간과 잠 자는 시간을 빼곤 그림에만 매달려 지내는 그는 ‘에어브러시’로 책을 가능한 정교하게 그린 다음 그 위에 다시 붓으로 색을 입히고, 칼이나 송곳으로 책의 겉표지 질감을 내기위해 물감을 긁어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한 점의 그림이 탄생하기까지 고도의 집중과 노동을 거쳐야 하는 셈. 그리고 마침내 작품을 완성한 작가는 캔버스 속 예리하게 표현된 책을 보며 묻는다. “나는 과연 실존적 존재인가?”하고. 전시는 25일까지. 02)732-3558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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