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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희망의 원천, 런던 패럴림픽
30일(한국시간) 런던에서 장애인올림픽(Paralympics)이 개막된다. 패럴림픽은 2차 세계대전 중에 ‘루드비히 구트만’ 박사의 치료법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척수장애를 입은 군인에게 수술 후 약물치료 외에 운동요법을 병행시키는 처방법은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킬 뿐만 아니라 불안한 정신 상태도 눈에 띠게 회복됐다.

상이용사들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전우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휠체어를 타고 세상 밖으로 나가자고. 알음알음 모인 그들의 실천은 어느덧 유럽전역으로 퍼졌고, 드디어 1960년 로마대회부터 국제대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스포츠에 관객이 없다면 맥이 쑥 빠지고 그들만의 잔치로 되기 십상이다. 수많은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자웅을 겨뤘던 대회는 1988년 서울 대회부터였다. 매 순간 관중과 함께 승부를 가르고 결과는 온전히 열기로 이어졌다.

서울 올림픽 당시 16세의 나이로 참가했던 현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 패럴림픽 통합국장 크리스 홈즈는 그때 감정을 기고문에 이렇게 적었다. ‘개막식이 7만5000명의 관중 앞에서 열렸으며, 61개국에서 온 3507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이는 당시 세계 신기록이었다’라고.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독보적인 스타는 단연 남아공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다. 올림픽참가를 불허하자 근 5년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해 결국 올림픽에 출전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런 의지와 긍정의 발로를 심어준 이는 바로 어머니였다. 2002년 갑자기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자신의 팔에 그녀의 생년월일과 사망일을 문신으로 새겨 넣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그를 누군들 좋아하지 않겠는가.

나에게는 만지면 미끄러질 듯 여린 손과 예쁜 얼굴을 가진 스물 두 살의 여자 조카가 있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 사리분별을 못하고 큰소리 지르고 똑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하며 간혹 섬뜩하게 노려보는 시선이 부담됐다. 한동안 그 아이를 마음에 담지 못하고 혈연의 굴레 안에서 데면데면하게 대했었다. 헌데 어느 날 그 아이가 천사라는 생각에 다다르자 작은 실수들이 이해되고 순수함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이 나를 순화시키곤 했다.

이제 패럴림픽에 참가한 태극전사의 인간승리 드라마가 열흘간 런던에서 멋지게 펼쳐지게 된다. 뒤틀리고 굽어지고 한쪽이 소실(消失)된 모습 그 자체가 감동이다. 놓여 있는 상태대로 타인의 모습을 존중하는 다양성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리 사회는 늘 소통과 다양성이 부족했다.



<칼럼니스트ㆍ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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