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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잃은 박완서의 좌절 · 분노…“대단한 작품 덥석 물긴 했는데…”
손숙 모노드라마 ‘나의 가장 나종…’
“이제부터 울고 싶을 때 울면서 살 거예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꾸미는 짓도 이젠 안 할 거고요.”

생때같은 아들을 잃고 그동안 꾹꾹 가슴에 묻어왔던 그리움이 동창생의 아들을 보며 다시 살아났다. 식물인간으로 사는 동창의 아들마저도 질투할 만큼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삶에 대한 서러움이 폭발한 것이다.

배우 손숙이 고(故) 박완서 소설가의 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한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서 한많은 인생을 살아온 한 어머니를 연기한다.

박완서 사후 1주기를 기념하며 모노드라마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지난 1994년 처음 연극으로 만든 이후 1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박완서 작가 스스로가 1988년 병으로 남편을 잃고 같은 해 26세의 아들을 연이어 잃으며 자신의 슬픔을 그대로 투영한 작품으로, 70~80년대 당시의 시대상과 더불어 그 시대 어머니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모노드라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서 베개를 감싸쥐고 오열하는 모습을 연기하는 손숙.
                                                                                                                        [사진제공=플래너코리아]

70여분간 극을 혼자서 이끌어야 하는 손숙은 극중에서 몇 차례 오열하는 장면을 연기하며,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지닌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지난 24일 있었던 프레스콜에서 손숙은 “이 작품이 희곡이 아닌 소설이어서 조금 더 연극적으로 만들고 싶었던 욕심이 많았던 건 사실이었지만 원작을 살리기 위해 연극적인 장치는 간단하게 만들었다”며 “대단한 작품이어서 욕심이 났고 덥석 물기는 했는데 너무 힘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유승희 연출도 “이 작품은 몇몇 장면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작품에 대한 훼손을 우려해 원작에 충실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담고 있지만 손숙은 가능하면 울음을 자제하고 건조하게 가려고 했다. 상실감과 슬픔, 세상에 대한 상처는 반드시 울음으로만 표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손숙의 네 번째 모노드라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다음달 23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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