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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애플 평결문 보니...'낙서하듯 끄적끄적'
배심원 평결문 허점 투성이
아마추어리즘으로 얼룩진 세기의 특허戰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3조원짜리 특허소송의 운명을 결정지은 배심원 평결문을 뜯어보니 9명의 배심원들은 마치 ‘연습장에 낙서하듯’ 휘갈겨 썼다 쓱쓱 지우고 다시 고쳐쓴 흔적들이 역력했다. 700여개 쟁점을 채 하루도 안 걸린 22시간 만에 처리한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판사가 특허침해 대상에서 제외시킨 모델까지 심사 목록에 집어넣고, 침해하지 않았다고 결정한 모델에 대해 손해배상액을 매긴 모습은 모순으로 점철된 미 법원과 배심원들을 적나라하게 비춘 꼴이 됐다. 글로벌 IT 사상 가장 결정적 장면이 될 특허전은 이 같은 미숙함과 오류 속에 ‘제로 트러스트’(신뢰할 수 없음)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판사가 제외시킨 모델 다시 평결문에 등장= 배심원 평결이 나오기 열흘 전인 미국 새너제이 북부지법 본안소송 3주차 첫날 루시 고 판사는 갤럭시 에이스, 갤럭시S(GT-i9000), 갤럭시S2(GT-i9100) 등 세 종류의 스마트폰을 심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법원은 이들 스마트폰이 ‘월드폰’으로 미국에서도 구입은 가능하지만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판매한 이력은 없다며 제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법원 명령에 따라 삼성전자가 제출한 미국 판매 스마트기기 실적을 봐도 2010년부터 2년간 이들 스마트폰 판매 대수와 매출은 모두 ‘공란’이었다. 다만 판매 실적이 있는 갤럭시S 4G, 갤럭시S2(AT&T 에디션) 등 20여 종은 여전히 제소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배심원 평결문에는 제외됐던 위 모델들이 다시 등장했다. 게다가 배심원들은 바운스백(381특허), 스크롤 및 줌(915특허), 격자 모양 아이콘(305특허) 등 주요 쟁점에 대해 갤럭시 에이스 등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는 의미의 ‘Y’ 표시를 했다.

심지어 갤럭시S(i9000)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액으로 4000만달러를 적었다가 뒤늦게 ‘0’으로 수정했다. 나머지 갤럭시 에이스와 갤럭시S2(i9100)도 특허침해 모델로 표시해 놓고 손해배상 산정 시에는 0으로 표기했다. 
▲배심원들이 썼다가 다시 고친 흔적이 역력한 평결문 실제 모습.

▶자신들이 비침해라고 선택한 모델들도 손해배상 산정= 배심원들의 아마추어리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배심원들은 대부분의 특허침해 쟁점 중 인터셉터라는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비침해를 인정했다. 갤럭시탭 10.1(4G LTE)모델 또한 둥근 모양의 코너와 좁은 베젤 등의 디자인특허 관련 침해가 성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래놓고도 배심원들은 인터셉터와 갤럭시탭 10.1(4G LTE)에 대해 각각 220만달러와 22만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책정했다. 자신들의 실수를 나중에 확인한 배심원들은 역시 이 수치를 지우고 다시 0으로 수정했다.

이를 두고 미국 법률 블로그 Above The Law는 평결 안에 있는 용어들만 이해하는 데 3일 이상이 걸릴 수 밖에 없는데 모든 이슈들에 대한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결정은 이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배심원들이 “동전 던지기를 한 것과 다름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배심원 대표 판사 지침 무시도 도마 위= 외신 더 버지에 공개된 벨빈 호건의 발언도 문제 삼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법원 관계자들에게 “배심원들이 지침들을 필요로 하지 않고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미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배심 평결이 유효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루시 고 판사는 배심원 지침 중 가장 주요 쟁점이 디자인에 대해 “소비자가 삼성과 애플 제품을 혼돈하고 구매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침해라고 볼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대해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10여개 삼성 제품이 애플 디자인을 베꼈다는 결론을 내렸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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