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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마저 자국 이기주의?...애플 일방적 승리 들여다보니
외신들도 “보호무역주의 역행한 코미디 평결”


[헤럴드경제=김영상ㆍ최상현ㆍ김대연ㆍ서지혜 기자]삼성 대 애플의 세기의 특허소송에서 미국 배심원들이 죄다 애플 편을 든 것은 ‘자국 이기주의의 극치’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판은 인종, 학력, 국가, 소득에 차별을 두지 않은 마지막 공정성ㆍ객관성의 보루인데, 이번 평결은 애국주의에 기반한 이기주의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의견은 한국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외신들도 속속 지적하고 있다는 데 설득력이 커 보인다. 일부외신은 ‘형편없는 재판’이었다며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타파하자고 주창하면서 뒤로는 ‘보호주의 재판’에 열을 올리는 코미디같은 평결”이라고 비판하고 나서 이같은 자국 이기주의 논란은 글로벌 현안으로 대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배심원 애국주의가 낳은 잘못된 평결=이번 평결이 미국 배심원들의 지나친 애국주의 결과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번 평결은 다른 나라들의 법원판결과 비교할 때 극명한 보호주의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애플이 제기한 7개 중 6건을 삼성이 침해했다는 미국 배심원들의 평결에서처럼 애플의 특허 주장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진 곳은 전세계에서 단 한 곳도 없었다.

실제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달 9일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탭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영국 법원은 선행 제품 50여개를 참작할 때 애플 디자인에는 독창성이 부족하고 삼성 제품은 애플 제품과 차별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독일 만하임 법원도 애플이 제기한 6개 특허 중 4개에 대해 1건은 비침해, 나머지 3건은 유보 결정을 내렸다.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지난 6월 애플이 삼성전자의 3세대(3G) 이동통신 기술 관련 표준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오히려 삼성에 피해를 보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같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 평결은 미국이 ‘평정심’을 잃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초 배심원들이 애국주의로 흐를 가능성은 농후했다. 배심원 중 스마트폰 등 최첨단 정보기술(IT)을 이해하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박찬훈 법무법인 강호 변호사는 “이번 평결은 법리적인 논거에 근거한 것이라고 보기 힘들며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에 의해 객관성을 잃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조영래 법무법인 다래 변호사는 “정보기술분야에서 손해배상 매출액 등으로 세계를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업체 등도 긴장=자국 이기주의의 폐해가 IT 업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월풀을 앞세운 미국의 국내 가전업체에 대한 냉장고ㆍ세탁기 반덤핑관세 부과 추진이 대표적이다. LED기술을 둘러싼 오스람과 LG이노텍의 특허소송도 크게 보면 자국 이기주의의 덫에 걸려 있다.

특히 특허나 반덤핑 보호무역 브레이크에 걸린 자동차업체의 긴장감은 커 보인다. 최근 몇년새 글로벌 판매량이 급증한 현대차, 기아차가 집중 견제 대상이다. 얼마전에는 미국 소비자단체가 ‘연비를 속였다’며 소송을 냈으며, 프랑스의 경우엔 정부가 직접 나서 유럽연합(EU)에 반덤핑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경우 10% 정도의 수출 물량을 제외하고 대부분을 터키, 체코 등 유렵 현지에서 생산을 하고 있지만, 프랑스 정부는 지속적으로 자국 업체들의 편에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특허와 관련된 소송도 봇물을 이룬다. 지난 2월에는 미국 파이스사와 주주인 아벨 재단이 현대ㆍ기아자동차를 상대로 볼티모어 연방법원에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 차량이 자사가 독자 개발한 자동차 동력 전달 기술 등의 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것이 소송의 주요 골자다.

앞서 지난 2005년에는 미국 특허관리업체 오리온IP로부터 3400만 달러 규모의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으며, 1심에선 패소했으나 작년 5월 2심에서 이겨 공세에서 벗어났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과거 미국에서 대량 리콜 사태를 맞은 일본 자동차 업체들처럼 잘나가는 업체는 항상 견제를 받았다”며 “현대차, 기아차도 갈수록 견제가 늘어날 것”이라고 경계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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