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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도윤과 설앤컴퍼니, 뮤지컬 시장의 성장과 함께하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이게 뭔가’했다. 당시로선 엄청난 제작비와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 RUG(The Really Useful Group)의 아시아 지역 매니지먼트 회사인 RUC(The Really Useful Company)와의 제휴로 세간의 이슈가 된 이 작품을 보고 온 국민이 뮤지컬 하면 ‘오페라의 유령’을 떠올렸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 오페라 같은 귀족적이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음악, 전통적인 문화를 향유하는 느낌, 관객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

그 해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오페라의 유령’ 제작발표회에서 한국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써서 공연을 올린다고 발표했다. 제작발표회 때 쓰인 돈만 1억원이었고 당시 연극 한 편을 올릴 수 있는 돈으로 한 작품의 마케팅을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었다.

제작비 100억원, 그 때만 해도 일부 공연 관계자들의 시각은 한국 뮤지컬 시장 규모가 20억원~3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오페라의 유령’을 올린 이후 이야기는 달라졌다.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한 ‘오페라의 유령’은 초연임에도 244번이나 공연되며 7개월 동안 장기 공연을 하며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 2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후 2005년 예술의전당에서 있었던 인터내셔널 투어에선 100회 공연 20만 명의 관객이 ‘오페라의 유령’을 봤고 2009년엔 한국 뮤지컬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공연 관객 30만명을 돌파했다. 2010년 지방공연까지 마친 이 작품은 뮤지컬계의 역사를 만들어가며 누적 관객 수 9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 공연 이후 한국에는 한 달 이상 장기공연하는 대작 뮤지컬들이 예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고 뮤지컬 시장 역시 짧은 기간 동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그 첫 단추를 끼운 작품이다. 그리고 설앤컴퍼니는 21세기에 접어든 한국 뮤지컬계에 뮤지컬 붐을 일으킨 몇 안되는 주역이다.

▶뮤지컬도 산업=2000년대 초 20억원~30억원 이라고 보수적으로 전망한 뮤지컬 시장은 2012년 2700억원~2800억원, 내년엔 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15년엔 크게 잡아 4000억원 까지 그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산업이란 의미로 뮤지컬 시장을 적극적으로 바라본 인물이 바로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다. 지금이야 대기업의 공연산업 진출은 일반적인 이야기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먼 이야기였다. 좋은 작품의 탄생은 자본의 도움 없인 불가능할 것이란 생각을 가진 그는 “뮤지컬도 산업”이라며 대기업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했다. 창투사를 찾아갔지만 펀드가 영화, 음반, 드라마에만 지원할 수 있어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과거의 경험들은 이제 옛날 말이다.

막강한 자금력은 조악한 무대, 어설픈 의상, 질 낮은 음악 등의 한계를 벗어나 작품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국내는 인력을 양성하고 무대를 꾸밀 자본력이 취약하다고 판단한 그는 1996년 삼성영상사업단과 함께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제작했다. 대기업 관계자들을 직접 미국에 데려가 설득시키기고 투자를 유치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제작비가 당시로선 큰 금액이었던 28억원이었고 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미국 브로드웨이의 현지 스탭과 첨단 기술을 도입했고 브로드웨이에서만 보던 화려한 무대를 한국에서 재현할 수 있었다. 예술혼 없이 돈만 쫓는 상업주의에 물들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대기업의 진출을 이끌며 공연시장을 성장시켰다는 점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흥행의 절반은 좋은 작품으로부터…=작품의 흥행은 좋은 작품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설앤컴퍼니는 주로 라이센스 뮤지컬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해외에서 이름난 좋은 작품들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고 원작이 가진 감동을 그대로 전하고자 하는 것이 설앤컴퍼니의 철학이다.

설앤컴퍼니는 4대 뮤지컬의 하나였던 ‘오페라의 유령’을 처음으로 한국에 선보였고, 아크로바틱한 고양이의 세계 ‘캣츠’, 아르헨티나 에바 페론의 이야기를 다루며 마돈나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에비타’를 비롯,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미녀와 야수’, 그리고 최근 설앤컴퍼니의 대표 킬러 콘텐츠 ‘오페라의 유령’의 아성에 도전하는 흥행작 ‘위키드’를 선보였다. 이런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3대 뮤지컬 회사인 영국의 RUG, 미국의 디즈니사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설앤컴퍼니는 창작 뮤지컬이 갖기는 조금 힘든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작품들의 세련됨, 고급스러움을 지키기 위해 한국적인 시도는 조금 배제한다. 잘 만들어진 양질의 작품들을 국내에 선보이면서 관객들에게 ‘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고 왔다’는 만족감과 자부심을 갖도록 만들었고 이것이 흥행을 이끌었다.

‘위키드’나 ‘캣츠’, ‘오페라의 유령’등은 그런 관객의 심리를 잘 이용했다. 처음 올리는 공연인데도 ‘위키드’를 40번 이상 본 사람도 있고 ‘캣츠’의 경우 100회 넘게 본 사람들도 있다.

▶흥행의 절반은 마케팅에…=그동안 많은 뮤지컬 컴퍼니들이 시장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고 흥행시키기 위한 노력을 잘 하지 못했다. “뮤지컬은 50%가 컨텐츠, 50%가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는 설도윤 대표는 공연 마케팅을 “작품을 흥행시키기 위한 모든 활동”이라고 규정했다.

작품 제작에 앞서 설앤컴퍼니는 전문 마케팅 리서치 회사와 함께 철저한 자료수집과 시장분석으로 흥행 여부를 판단한다. 매니아층 외에 잠재고객은 얼마나 될지, 이들을 어떻게 끌어들일지 전략과 전술을 짠다.

설앤컴퍼니는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선진 마케팅 기법들을 도입했다. RUG의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고가의 명품’이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티켓 오픈도 개막 1~2개월 전에 티켓박스를 열던 관례를 깨고 4개월 전에 티켓박스를 열었다. 뮤지컬계에선 그동안 하지 않던 해외 프레스투어도 진행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RUG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선진 마케팅 기법의 도입과 함께 설 대표만의 한국적 아이디어를 결합시킨 그만의 흥행 전략을 맘껏 보여준 작품이었다.

최근 흥행작 ‘위키드’도 그런 전략/전술의 산물이다. 지난 9년 동안 브로드웨이 베스트셀러였다는 점, 그동안 어린이를 위한 뮤지컬은 있었지만 어른들의 동화는 뮤지컬로 만들어지지 않았었다는 점, 최근 트렌드가 브로드웨이, 스타 배우 위주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작품 도입을 결정했다.

설 대표는 ‘위키드’가 8세부터 80세까지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관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판단했고 시장조사를 통해 가격을 책정했다. 매니아층, 일반관객,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전화설문 등을 진행해 가격 평균치를 내고 수입 뮤지컬이 비싸단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예측 최고가 25만원에서 30%이상 가격을 떨어뜨렸다.

해외 프레스 투어와 스타들의 SNS를 이용한 마케팅, 다양한 창구를 통한 홍보와 광고도 주효했다. 공연장이 어딘지도 알려주지 않고 이미지만 노출시킨 ‘위키드’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초반부터 흥행몰이에 나섰다.

‘위키드’는 15회 이상 본 관객에게 R석을 제공하는 등 할인 및 무료티켓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런 이벤트를 통해 관객의 꾸준한 재관람을 유도하기도 한다.

문영규 기자 /ygmoon@heraldcorp.com

사진제공=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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