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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종, “‘신품'은 나에게 큰 거름을 준 작품”
SBS ‘신사의 품격’의 김은숙 작가(39)는 김민종(41)의 팬이었다. 김민종의 데뷔 당시 ‘사슴같은 눈망울’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 김민종에게 ‘눈이 우기’라는 표현을 쓴 건 김 작가이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정작 김민종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방해하는 쌍꺼풀 있는 큰 눈이 불만이었다. 어쨌든 성공적으로 끝난 이 드라마를 통해 두 사람은 서로 친구 사이가 됐다고 한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김민종은 마음이 편해 보였다. 그렇게 얼굴에 쓰여 있었다. 극중 아내를 하늘로 보낸 홀아비지만 친구의 여동생이자 17살 어린 임메아리(윤진이 분)와 결혼했으니, 그러고도 시청자에게 욕은커녕 많은 칭찬을 들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최윤은 아내와 사별하며 장모님도 모시고 살았다. 친한 친구의 여동생이 나를 좋아하는데, 이를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할지 난감했다. 주어진 대본의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내 몫이었다. 절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이미 대본에 그렇게 돼 있었다. 내가 약간 오버하면 감독이 적절하게 눌러주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그래서 “최윤 캐릭터의 매력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어봤다.
김민종은 “기본적으로 ‘아픔’이 깔려 있는 친구다. 처음에는 최윤이 친구들과도 밝은 모습이어야 하는 건지 헷갈렸다. 그래서 1차원적으로 풀어갔다. 주책맞고 푼수같아 보일 수 있지만 밝게 살아가는 윤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사의 품격’이 초기 반응이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톱스타들로 그것밖에 뽑아내지 못하느냐며 비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무엇이건 파괴적으로 하려면 모험이 따라야 하지 않나. 4명이 호흡을 맞췄고, 시청자의 반응은 잘 몰랐다. 하지만 드라마의 판타지는 어필되는 부분이 있었다. 각자 좋아하는 형식은 다르지만 친구 간의 우정과 남녀 간의 애정도 믿었다. 우리가 보통 돈 벌면 나중에 같이 살자, 오늘은 너희 집에서 바비큐파티 하고, 내일은 우리 집에서 놀고…. 이를 어떻게 접근할지는 잘 몰랐지만, 판타지에 공감할 수는 있었다. 실제로도 나는 친구들이 다 결혼했는데 함께 가는 여행을 좋아해 친구들의 와이프까지도 꼬신다.”
김민종은 어린 임메아리와 ‘윤메아리’ 커플로 사랑받았다. 메아리와 키스신이 없어 아쉽지 않았느냐고 묻자 “스킨십이 많으면 시청자에게 반감을 줄 수 있다. 작가가 아이들 간의 아기자기하고 예쁜 사랑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의 큰 수혜자 중 한 명인 신인 윤진이와의 연기 호흡이 궁금했다.
“초반에는 힘들었다. 윤진이가 처음에는 NG가 나면 굳어져 버렸다. NG가 나면 현장에 있는 모든 스태프가 자신을 미워하지 않을까 하며 부담과 긴장을 느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너는 누구하고 싸우냐, 스태프하고 싸우는 게 아니라 시청자와 싸워야 한다. 당당하게 NG를 외치고 자신있게 더 잘해라. 스태프가 미워하지 않는다. 잘하면 스태프가 너를 더 사랑할 것’이라고 했다. 어느 순간 이 말을 알아듣고 NG도 덜 났다. 4~5회부터는 정말 잘하더라.”
역시 이래서 선배인가보다. 김민종이 믿음직해 보였다. 그런데 실제로 총각인 김민종에게 이런 사랑이 가능할까.
“실제로도 예쁜 사랑은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의 동생이라면 현실적으로 접근 안했을 것이다. 메아리 오빠인 김수로도 현실이라면 동생을 안 준다고 하지 않았나. 실제라면 윤진이를 공항에서 잡지 못했을 것이다.”
김민종은 “이상향은 나도 잘모른다”고 했다. 그는 “SM 소속이라 평소 아이돌 가수를 많이 보고 지낸다. 다들 예쁘다”면서 “내가 어떤 일반인 여성에게 반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내 친구들이 ‘네가 이제 맛이 갔구나’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적어도 사랑에 관한 한 아직 철부지 같은 낭만과 순수를 간직한 것 같았다.
김민종은 90년대 최고의 스타였다. 손지창과 ‘더블’로 가수 활동을 병행할 때는 절정기였다. 하지만 이제 제법 동글동글해지고 인생의 연륜도 묻어나는 40대 초반이다. 대중이 자신을 예능인 김종민인지, 가수 김정민인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톱스타의 강박을 벗어버리고 여행을 즐기고 봉사도 할 줄 알며 인생을 관조할 줄 아는 여유까지 생겼다.
“ ‘신사의 품격’은 제에게 큰 거름을 준 작품이다. 앞으로 거창한 목표 같은 건 없지만 하루하루 잘 살고싶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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