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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票논리’로 증폭되는 애그플레이션 스톰…“한국은 눈뜨고 맞아야 할 판”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미국발(發) 최악의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에서 촉발된 인플레이션) 공포가 한반도를 뒤덮자 우리 정부가 대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하지만 진원지인 미국이 연말 대선을 앞두고 표(票) 논리에 묶여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우리는 ‘애그플레이션 폭풍’을 눈 뜨고 맞닥뜨려야 하는 처지다.

애그플레이션의 원인인 옥수수 등 세계 곡물가 급등은 원천적으론 가뭄 등 기후 문제지만 전세계 옥수수 생산의 36%를 차지하는 미국이 옥수수의 에탄올 생산을 줄이지 않으면 농산물 가격 광풍은 오래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콘 벨트’에 묶인 美정부=미국은 50년만에 몰아닥친 가뭄으로 옥수수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13%나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36%, 수출량의 44%를 차지하는 미국의 이같은 작황 부진은 세계 곡물가 급등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옥수수를 에탄올 생산에 소비하는 비율을 조정하지 않고 있어 다른 나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5년부터 옥수수 등으로 만든 에탄올 사용 의무를 규정한 신재생연료 의무할당제(RFS, 생산량의 40%를 에탄올 생산에 투입)를 시행 중인데 에탄올 생산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결과적으로 세계 곡물가 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의 FAO(세계식량농업기구) 사무총장도 옥수수 가격 안정을 위해 이례적으로 에탄올 생산 재고를 촉구한 상태지만, 미국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데는 11월 대선이라는 정치 암초가 숨어있다. 미국 내 주요 옥수수 생산지대로 아이오와ㆍ일리노이ㆍ인디애나ㆍ미시간ㆍ미주리 주(州)에 걸쳐 있는 ‘콘 벨트(corn belt)’는 미국 대선을 좌우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곳이다. 특히 전통적 경합지역인 아이오와주의 코커스(당원선거)는 미 대선의 최종 관문으로 불릴 정도로 정치적 중요도가 높다.

따라서 롬니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칫 RFS에 손을 댈 경우 지지율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탄올 생산량이 줄어들면 정부 지원금이 축소되고, 생산량 자체도 적은 상태에서 가격마저 떨어지게 될 경우 콘 벨트의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韓, 재정 투입하고 대통령 서한도 보내지만= 우리 정부는 애그플레이션에 대비, 농산물 가격 안정기금을 늘리고 주요 농산물 유통물량 확보에 나서는 한편 국내 생산량만으로 수요 맞추기가 어려운 일부 농산물은 선제적으로 수입해 비축하기로 하는 등 전방위 준비를 펼치고 있다. 대통령도 나서서 곡물가격 안정을 위해 미국을 포함한 G20(주요20개국) 정상에 각국이 시행하고 있는 바이오연료 정책 수정을 제안하는 공식 서한을 발송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애그플레이션이 2007년 당시의 곡물 파동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평가되는만큼 걱정이 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4일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아무리 압박을 가해도 에탄올 의무 생산 기준을 낮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대비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수입 곡물이 국내 물가에 4~7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곡물 가격이 올 연말부터 오를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밀가루는 올해 2분기보다 27.5%, 옥수수가루는 13.9% 급등하고 식물성 유지와 사료도 각각 10.6%, 8.8%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밀가루와 옥수수가루가 자장면, 빵, 국수, 맥주 등 ‘식탁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음식재료라는 점에서 물가 불안 요인이다. 사료 가격은 소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의 상승을 불러온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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