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재계·학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법” 발끈
새누리, 제2금융권 금산분리 추진 파장
법 추진 과정 논란·진통 예고


새누리당 경제민주화모임이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경제민주화 법안’의 핵심은 금산분리의 대상을 증권ㆍ보험 등 제 2금융권으로 확대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근본적으로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모임 소속 의원들은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할 수 있도록 방치할 경우 금융자본의 사금고화, 재벌그룹으로의 경제력 집중 현상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제 2금융권 지분소유 제한 ▷비은행금융사의 비금융 자회사 지배금지 ▷보험사의 일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강화 등을 법제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이 대선 국면에 편승해 관련 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당장 국내 29개 대규모 기업집단이 거느리고 있는 총 112개의 비은행 금융 계열사들은 법 개정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특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모두 11개 비은행 금융사를 소유한 삼성은 계열사 지분 매각을 포함한 그룹의 지배구조 자체를 재편해야 하는 중차대한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전ㆍ현직 의원들로 구성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강력한 금산분리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또 대기업은 대부분 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어 ‘의결권 제한 강화 규정’에도 걸린다. 대한생명은 한화63시티 지분을 100% 갖고 있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6.49%, 현대증권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5%, 동부생명은 동부건설 지분 8.2% 등을 갖고 있다. 제2 금융권 금산분리를 제안한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출자하는 것은 결국 총수에 대한 경제력 집중을 가져온다”며 “대기업이 고객 돈인 금융자본을 통해 다른 산업자본을 소유하는 것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금산분리를 통한 경제민주화 실현은 실효성이 떨어지며 제2 금융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법 추진과정에 적지 않은 논란과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실제로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와 독일의 알리안츠그룹 등은 보험지주회사로서 다양한 제조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처럼 산업이 일방적으로 금융을 지배하거나, 금융이 산업을 지배하는 시대도 아닌 상황에서 금산분리 논쟁은 소모적인 낭비”라며 “더군다나 이를 보험이나 증권 등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확대하는 것은 글로벌 수준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미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강력한 금산분리 규제를 갖고 있으므로 이중삼중의 규제는 불필요하다”면서 “오히려 지나친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을 외국계 금융자본에 내주고, 금융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아직까지 계열분리 명령이 국내에서 시도된 적이 없다” 며 “이는 곧 지분 매각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유 재산권 침해, 국내 산업의 외국 자본화 등의 논란거리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양춘병 기자>
/y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