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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점포 열어도 영업 유지 기간은 평균 3.43년에 그쳐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수도권에서 점포를 창업할 경우, 장사를 지속하는 기간이 평균 3.5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알인베스트먼트가 수도권 주요 33개 상권, 2485개 점포를 조사한 결과 주요 상권의 평균 영업 유지 기간이 3.43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정역, 사당역, 수원역 상권 등이 평균 4년 이상 영업을 지속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양상을 보인 반면, 동탄 중심상업지역과 압구정 로데오, 이대입구역 상권 등은 평균 2년 내외의 짧은 평균 영업 유지 기간을 보여 점포의 손바뀜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산 화정, 안양 범계, 분당 서현 등 1기 신도시 상권들과 남양주 평내/호평, 구리 수택동, 광명 철산, 수원역 등 경기도 내 주요 상권들이 평균 3년 이상의 평균 영업 유지 기간을 보여 비교적 안정적으로 영업을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서울 시내 상권으로는 방이동 먹자골목과 사당역, 청담역, 왕십리역 상권 등이 상대적으로 긴 영업 유지 기간을 보인 반면, 압구정 로데오 상권을 비롯해 이대입구, 성신여대입구역, 영등포역, 논현역 상권 등은 평균 2.5년 미만의 영업 유지 기간을 보였다.

평균 영업 유지 기간 짧은 상권들, 이유는 천양지차= 평균 영업 유지 기간이 짧은 상권들의 이유는 각각 상이했다.

동탄 중심상업지역과 압구정 로데오 상권은 평균 영업 유지 기간이 2년 미만으로 가장 짧은 상권들이지만 기간이 짧은 이유는 큰 차이가 있다.

동탄 중심상업지역의 경우 분양 당시의 높은 분양가와 과도한 점포 숫자로 인해 임대료 수준에 비해 매출이 부진한 탓에 점포의 손바뀜이 잦은 상황이다. 평균 영업 유지 기간이 2.13년으로 나타난 성신여대입구역 상권도 매출 부진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압구정 로데오 상권의 평균 영업 유지 기간이 짧은 것은 분당선 연장 구간의 개통을 목전에 두고 침체되었던 상권이 활기를 찾으면서 임대료가 대폭 상승한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최근 중국 관광객 특수로 상권 변화가 심한 이대입구역 상권을 비롯해 영등포역 상권, 노량진역 상권 등도 상권 변화에 따른 임대료 상승과 업종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영업 유지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으로 분석된다.

▶장사가 잘 되도 초기 투자비용 회수 어려워= 평균 영업 유지 기간은 자영업자의 권리금, 시설 투자비 등 초기 투자비용 회수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매출 부진으로 인한 비용 손실은 자영업자가 어쩔 수 없이 떠안아야 하는 부분이겠지만, 장사가 잘 되는 점포도 영업 유지 기간이 짧으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매출이 잘 나오는 상권이라 해도 영업 유지를 위한 각종 비용에 더해 자영업자의 생계 비용까지 고려하면 창업 후 3년 이내에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반면 자영업자의 수는 늘어나면서 자영업자의 입장에서는 임대료가 비싸더라도 매출이 보다 안정적일 것으로 판단되는 상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임대료보다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서라도 점포를 차지하려는 경쟁적인 양상이 벌어지면서 평균 영업 유지 기간은 짧아지고 있다. 특히 임대료 감당의 폭이 상대적으로 큰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공격적인 점포 개설로 인해 기존의 점포 임차자들은 상권에서 속절없이 퇴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영업 기간 보장을 위한 법적, 제도적 보완 필요해=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자영업자의 영업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임차자에게 최장 5년까지 계약갱신권을 부여하고 있고, 임대료 상승폭도 9%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서울은 환산보증금 3억, 과밀억제권역은 2억5000만원 이하로 제한되어 있다.

이는 보증금이 없다는 가정 하에 월세가 300만원(서울), 250만원(과밀억제권역)인 점포에 해당되는 수준으로 수도권 주요 상권에서는 적용 대상에 드는 점포가 많지 않다. 결국 주요 상권에 창업을 하려는 자영업자는 과도한 임대료 상승의 가능성과 매출이 어느 정도 유지되더라도 퇴출될 수 있다는 위험을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안민석 연구원은 “평균 영업 유지 기간이 짧을수록 자영업자가 안고 있는 위험은 크다고 할 것”이라며, “시장의 자율성이 침해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적절한 영업 기간이 보장되어야만 수익을 내고도 무너질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의 비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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