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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민화 사랑했던 유양옥화백, 기증자료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지난 1월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타계한 한국화가 유양옥 선생(1944~2012)은 미술계에서 알아주는 장서가였다. 우리의 전통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푸근하고 질박한 그림을 선보여온 고인은 한 때 서울 인사동에서 고서점을 운영하며 각종 미술자료와 책자를 수집해왔다.

68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한 유 화백이 남긴 자료들이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서울 창전동의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관장 김달진)은 유 화백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방대한 도서와 미술자료 총 2315권을 지난 3월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았다. 박물관은 이들 자료를 수개월간 분류, 정리한 끝에 가장 골갱이에 해당되는 150여점을 오는 22일부터10월 4일까지 공개한다.

‘한국화가 유양옥선생 기증자료전’이란 제목의 전시에는 고(古)도서, 전집류, 교과서, 화집, 정기간행물, 중국서, 서양서, 포스터 등 다양한 자료가 나온다. 그 중 유교경전 ‘서경’의 주석서인 ‘서경대전(書經大全)’은 1717년에 발간돼 무려 300년 가까이 된 책으로, 국내에서 거의 유일본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일본의 철학자인 아베 지로가 쓴 미학이론서 ‘미학’(1920년刊), 송시열 정몽주 등 역대 명현의 초상화 76점과 충무공 이순신의 친필사진 등이 수록된 ‘조선고금명현전’(홍문사,1922년)도 희귀 단행본이다. 화집 가운데도 귀한 책들이 여럿 포함됐다. 타이완 출판사가 오창석의 작품 80점을 수록해 펴낸 ‘오창석 화집’(1968년),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를 집대성한 영인본 ‘단원풍속도첩’(탐구당,1972년) 등이 눈길을 끈다. 조선총독부가 간행한 잡지 ‘조선’(1938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간된 ‘L’ART JAPONAIS(일본미술)’(1886년) 등도 진귀한 자료다. 


서강대에서 사학을 전공한 유 선생은 ‘시산방’이라는 고서점을 운영하다가 조선민화에 매료돼 마흔이 넘어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우리의 전통 진채기법에 기반을 두고 작업한 고인은 단순한 붓질로 익살과 해학의 화풍을 펼치며 조선의 얼을 이었다.

또 ‘온긋회’라는 미술동호회를 만들어 화가와 대중에게 수묵화및 민화를 지도했던 고인은 청와대본관 서벽의 벽화 ‘화성능행도’, 아름다운가게 벽화 등 벽화작업도 많이 했다. 간송미술관과 오사카 한국문화원에는 ‘모란괴석도’ 등이 소장돼 있다.

김달진 관장은 "고인이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수집한 자료는 고미술및 현대미술 뿐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뜨거웠던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단행본과 화집 등 근현대 미술사 연구에 유익할만한 자료가 다수 포함됐다"며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기증자료 중 일부는 박물관 소장품으로 관리하고, 일부는 장서로 일반인들이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02)730-6216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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