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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답' 정은지가 보는 성시원의 매력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요즘 배우들은 사투리를 제대로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서울 사람이 어쭙지 않게 구사하는 경상도 말을 이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운대 연인들’에서 조여정이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다.

tvN 시트콤 ‘응답하라 1997’에는 부산 사투리와 캐릭터 스타일이 완벽하게 어울리는 배우가 있다. 성시원 역을 맡고 있는 정은지(19)다. 배우라고 할 것도 없다. 걸그룹 에이핑크의 메인보컬로서 첫 연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실제 부산 출신답게 맛깔나는 사투리 연기로 HOT에 빠져 있는 부산 여고생 성시원을 완벽하게 표현해내 극찬을 받고 있다. 정은지가 처음 연기에 도전했는데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연기하려고 하지 않고 평소 말하는 투의 리얼 연기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연기 테크닉’을 보여주었다면 100% 어색했을 것이라는 것.

“시기를 잘 탄 것 같아요. 드라마 소재도 그렇고, 사투리도 운이 좋았죠,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90년대가 부각되고 드라마에서도 현실적인 복고가 나오니까 사투리로 정감가게 풀 수 있게 됐어요. 그런 덕을 본 것 같아요.”

정은지는 부산 사투리 중에서도 억양이 센 편이다. 에이핑크 멤버들에게 강한 사투리로 인해 상처를 준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멤버들에게는 사투리를 유화시켜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해도 되는지 걱정됐어요. 억양도 센 편이어서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감독님이 ‘너 쓰던 대로 하면 된다’고 해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래서 부산에서 하던 스타일이 그대로 나와요. 사전을 베고 자는 장면과 제스처 등은 완전히 제 모습이거든요.”

정은지는 극중 부모(성동일 이일화)와 호흡이 좋고 그분들에게 배우는 점이 많다고 했다. “나도 두 분을 현장에서 엄마 아빠라 부르고 두 분도 ‘내 딸 왔니’라고 반겨줘 좋아요. 그 덕분에 함께 있는 신이 자연스럽게 나와요. 성동일 아빠는 인천 출신인데 능수능란하게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게 존경스러워요. 무슨 애드립이 나올지 예상 못하고 내가 웃음을 못 참아 NG를 내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일화 엄마는 가녀린 외모이신데 슛만 들어가면 강한 부산 억척엄마로 변신해요. 본인의 모습과는 다른 반전 연기를 보고 많이 배웠어요.”

극중 정은지는 아빠가 위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면서 우는 연기를 잘해 인상을 남겼다. 정은지는 “현장에선 미숙했고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편집의 힘을 많이 받았죠. 깨알 같은 부분에 대한 연기도 신경 써야 함을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정은지는 성시원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도사견, 망나니로 불리는 철부지 어린 소녀죠. 토니안밖에 모르는 애라는 게 매력이지 않아요?”라면서 “철들어 효도하는 것도 매력이겠지만 철없는 모습, 생각하지 않고 바로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신다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정은지는 극중 배경인 HOT가 활동하던 1998년에는 실제 4~5살로 몸소 체험은 못했다. 하지만 “문구의 브로마이드에서 기억은 나요”라면서 “오히려 매회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공감을 주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가령, 성적으로 줄을 세워 자리에 앉히고 대학도 정하는 이야기는 분명 깨우침이 있다는 것이다. 공허한 열정은 가슴앓이만 남기지만 가끔은 기적을 낳는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 극중 정은지는 공부는 꼴찌지만 팬 활동을 하면서 쓴 ‘팬픽’ 덕분에 특기전형으로 토니안이 다니는 동국대에 입학이 가능해졌다. 아나운서를 지망하지만 발음이 엉망인 친구 김선아는 야구장 아나운서로, 화가가 꿈이지만 그림 실력이 모자라는 장단지는 결국 미술 큐레이터가 된다.

정은지는 첫 연기임에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데 대해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면서 ‘이게 뭐지’ 하면서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걱정만 할 일이 아니더라고요. 요즘은 그대로 즐기되 너무 취해 있지는 말고 적당히 좋아하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걸그룹에서는 예쁜 척하고 시트콤에서는 망가지니 이중생활의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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