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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디자인포럼>무한 상상력, 광고의 한계는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우리가 그들을 응원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들이 우릴 응원했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투지와 열정이, 대한민국에게 다시금 달려갈 힘을 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런던올림픽 기간 우리 대표선수들의 선전에 밤잠을 설치던 국민들은 이렇게 시작하는 한 TV 광고에 매료됐다. 그 광고를 계기로 올림픽 기간 내내 전 국민들이 선수들에게 열광했던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국민들은 “우리가 그들을 응원한 게 아니라, 그들이 우릴 응원했다”는 말에 대부분 동감했다. 실제로 국민들은 밤늦게까지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는 장면을 보고 나면 그 다음날 더욱 힘이 났다. 정말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치고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짧은 몇 문장의 광고 카피가 전 국민들의 가슴을 움직였다. 한 대기업의 이미지 광고에 불과했지만,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 광고 문구는 두고 두고 화제가 됐다. 한 TV 뉴스 앵커는 뉴스 말미에 이 광고를 언급하며 선수들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전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는 이 문구가 사람들에 의해 계속 추천되면서 점점 확산됐다.

짧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한 마디의 광고 문구, 이를 뒷받침해주는 한 컷의 영상은 이렇게 순식간에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런 광고의 힘은 제한없는 자유로운 상상력에서 나온다.

▶사람들의 가슴을 뒤흔든 광고, 그 비결은?=올림픽 기간 한 글로벌 스포츠용품 업체의 광고 한 컷 또한 독특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 광고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시청자들이 고개를 절래절래 젓게 만든다.

올림픽 공식후원업체가 아닌 이 회사는 올림픽 공식후원업체인 경쟁사의 올림픽 후원 프리미엄을 이 광고 한 방으로 시원하게 극복했다. 이 광고의 승부수도 무한한 상상력이었다.

이 광고는 올림픽 개최 도시인 영국의 수도 런던은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영국 대신, 미국 오하이오주의 런던,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런던, 자메이카의 런던 등을 다룬다. 광고의 주제는 영국의 런던과 이름이 같은 이 도시들에서도 매 순간 치열한 승부의 현장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 굳이 런던올림픽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올림픽 정신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면서, 일반인들의 평범한 일상에서 비범한 기적을 찾아내려는 광고의 시각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어린 아이가 수십미터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지체없이 뛰어내리는 마지막 장면은 화룡점정이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꿈과 희망을 성취해내기 위해 겂없이 앞을 향해 걸어가는 지고지순한 스포츠맨십이 1초의 다이빙 장면 속에 함축돼 있다.

올림픽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올림픽 기간 내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올림픽 광고의 걸작이었다. 올림픽 광고에서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과감성 또한 광고 제작자의 무한 상상력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무한 상상력에 기반한 디자인 능력은 광고에도 적용된다. 광고기획사인 이노션의 김민석 차장은 “광고 제작을 위해 가장 요구되는 능력은 울타리 없는 상상력에 기반한 창의성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해내는 디자인 감각”이라고 말했다.

▶좋은 광고 만드는 상상력도 갈고 닦아야=그러나 상상력이 넘치고, 아름다운 디자인이 구현된 광고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거기엔 소비자들의 심리상태와 사회적 분위기, 미래지향적 가치를 관통하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한마디 문구와 그것을 이미지로 형상화한 디자인이 결합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상시대에 맞는 창조적 디자인이야말로 그 파괴력을 높이는 핵심이다.

최근 여러 해 동안 국제광고계에서 각종 상을 수상하고, 지난해 서울AP클럽에서 올해의 광고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광고인 이제석씨는 인정받는 광고인으로 우뚝서기까지 그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토로했다. 그는 좋은 광고를 만들려면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범위를 좁혀간 뒤에 화살로 과녁을 명중시키듯 광고 한 장면으로 핵심을 꿰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반짝이는 상상력으로 한두 번 정도 기발한 광고를 만들 수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좋은 광고를 만들려면 공부와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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