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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 “지금 통(通) 하고 계시나요?”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어느 개그맨의 말마따나 ‘사라진 우리 문화’가 대중목욕탕에도 하나 있다. 이를 ‘때밀이 품앗이’라고 불러야 하나. 예전 동네목욕탕에선 일면식 없는 사이일지라도 곧잘 서로 등을 내밀며 차례대로 때를 밀어주곤 했다. 그러던 게 언젠가부터 통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 되고 말았으니, 어쩌면 이도 현대인들이 보이는 ‘소통(疏通) 부재’의 한 단면이라고 하면 너무 비약일까?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은 경영진의 리더십에 대해 낙제점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경영컨설팅업체가 전 세계 28개국 3만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2 글로벌 인적자원 연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 중 37%만이 경영진의 능력과 비전을 신뢰한다고 답한 것이다. 대한한국의 모든 CEO들이 소통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런던올림픽에서 기적의 동메달을 따낸 홍명보 감독은 리더의 원활한 소통이 어떻게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지 잘 보여준다. 선수에 대한 믿음과 끊임없는 소통으로 그는 묵묵히 4년 가까운 시간을 준비했다. 마침내 축구 종주국인 영국을 무릎 꿇리고 영원한 숙적 일본마저 완벽히 물리친 홍 감독은 “선수들과의 소통을 통한 창의적 플레이가 좋은 결과를 낳았다”며 모처럼 웃음을 보였다. 이런 홍 감독의 신뢰와 창의의 리더십은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에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위왕도 일찍이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은 경우다. 그는 원래 총명한 자였으나, 선왕 때부터 아부를 일삼던 측근들에 둘러싸여 백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재상 추기(鄒忌)의 말을 듣고 다음과 같은 포고령을 내린다. “내 앞에서 내 과오를 지적하면 상등상을 주고, 상소를 올려 간언하면 중등상을 줄 것이며, 저잣거리에서 내 욕을 해서 내 귀에 들어오면 하등상을 주겠다.” 이러자 궁궐의 문 앞과 뜰에 사람들이 서로 다투어 간언하고자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문전성시(門前成市)라는 말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백성들 사이에서 위왕의 잘못을 지적하는 말들은 자취를 감췄다. 위왕이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충실히 귀를 기울여 잘못을 하나하나 바로잡아 나갔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해 2월 수출입은행장에 부임하면서 대내외 원활한 소통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일해 왔다. 신입 직원들이 격주로 행장 집무실을 찾아 어떤 얘기라도 쏟아내도록 하는 ‘오픈하우스’, 필자가 직접 부서를 찾아가 간식타임을 갖는 ‘해피바이러스’, 그리고 생맥주집에서 젊은 직원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톡톡 호프데이’를 열어왔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고객 섬김 문화’도 정착됐다. 20여회에 걸쳐 지역별 수출기업 CEO 간담회를 개최하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뭔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다.

아울러 쌍방향 소통을 위해 올해 상하반기 각기 두 차례에 걸쳐 개최한 ‘수은 핵심전략 설명회’도 고객 기업들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았다.

유난히도 기승을 부리던 올여름 폭염도 이제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성급한 가을 바람이 벌써부터 귓불에 간지럼을 태우는 걸 보니 말이다. 이 청량감 있는 기운과의 소통이 그토록 그립던 긴긴 여름도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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