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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동희의 가요 올킬> ‘올림픽 영웅들 앞에서…‘K-팝·아이돌 잔치만…‘쇼’로 끝난 국민대축제
지난 14일 역대 원정 올림픽 최고 순위를 차지한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런던올림픽 선수단이 귀국했다.

선수단은 인천공항에서 가족들과 잠시 반가운 인사를 나눈 뒤 여독을 풀 겨를도 없이 곧바로 서울 여의도광장으로 행선지를 옮겨야 했다. 같은 날 오후 8시부터 KBS 2TV를 통해 생방송된 ‘국민대축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국민대축제’에는 사격의 진종오ㆍ김장미를 비롯해 양궁의 기보배ㆍ오진혁, 체조의 양학선, 유도의 김재범ㆍ송대남ㆍ조준호, 펜싱의 남현희ㆍ신아람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포함해 국가대표 선수 150여명이 참석했고 수많은 K-팝 스타들이 축하 무대를 위해 현장을 찾았다.

마침 서울에는 장대비까지 내렸고 무대 위에 오른 MC를 비롯해 선수, 가수 할 것 없이 모두 비를 흠뻑 맞아야 했다.

그러나 기쁨의 순간도 잠시, 선수단을 환영하기 위해 마련된 110여분간의 행사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함이 느껴졌다. 축하를 받으러 참석한 선수단이나 축하를 해주겠다고 나온 가수들의 얼굴에는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폭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관중석에 앉아 있는 선수단 얼굴에는 피곤함이 고스란히 묻어났고, 장대비를 맞으며 무대에 오른 어린 K-팝 가수들의 얼굴 또한 미소로만 일관되지는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환영, 환송 등 국가적 행사에는 가수들이 어김없이 참여하고 있다. 흥을 돋우고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가무(歌舞)만큼 좋은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행태를 살펴보면 주객이 전도되는 느낌마저 든다.

지난 ‘국민대축제’는 그야말로 국민들의 대축제여야 했다. 그럼에도 이날 행사는 평소 KBS의 ‘열린음악회’보다도 못한 K-팝 쇼에 불과했다.

‘열린음악회’는 모든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가족음악회 형식의 음악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장르, 연령대의 가수들이 참여한다. 하지만 이번 행사야말로 타이거JK 윤미래 부부와 성악가 신문희 씨를 제외하면 아이돌 퍼레이드로 꾸며졌다.

이와 관련된 다음날 기사를 살펴봐도, ‘카라 섹시복근 노출’ ‘빗속 아찔 엉덩이춤’ ‘금메달급 섹시 S라인’ ‘강렬한 섹시 카리스마’ ‘지나 남심 흔드는 요염한 눈빛’ 등의 민망한 제목들로 도배된 이날 행사가 올림픽 선수단 환영을 위한 행사인지 K-팝 아이돌 스타 콘서트였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KBS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예능,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앞으로 4년 후 대표 공영방송다운 ‘국민대축제’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dhee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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