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드라마 복귀 성공
오글거리는 대사도 이젠 익숙
반복적 역할 결국엔 팬들 외면
재충전후 새 연기 도전하고파


장동건(40)이 ‘이브의 모든 것’ 이후 12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 ‘신사의 품격’에서 까칠한 김도진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처음에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장동건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됐다. 12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지만, 나름 20년 연기경험이 있으니 별 걱정없이 출발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보니 드라마와 영화의 호흡이 달라 애를 먹었다. 대사 분량이 무척 많았고 스피디했다. 영화는 한 장면을 찍고 모니터를 보면서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인 데 비해 드라마는 내 연기를 확인할 수 없어 약간 불안했다.”

하지만 장동건은 곧 김도진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불혹의 판타지 사랑을 보여주면서 서이수(김하늘)와 ‘밀당’도 하며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치곤 도를 넘는 까칠함ㆍ당당함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그래서 허점이 더 많이 노출됐고 웃음코드를 더 넣었다.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한 김도진으로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는 자신감이 김은숙 작가에게도 내게도 있었다.”
 

사진=안훈기자/rosedale@heraldcorp.com

장동건은 작가와의 약속대로 대사의 토씨까지 그대로 연기했다. 처음에는 답답한 적도 있었지만 곧 자연스러워졌다. ‘~는 걸로’는 금세 유행됐다.

“오글거리는 대사가 많은 건 장점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연애 장면이 많으니까. 이수에게 구두를 선물하며 ‘나한테 올 때 이거 신고 와라. 날 좋은 날, 예쁘게’라는 대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다. ‘걸로체’는 신우철 감독님의 말투에서 힌트를 얻은 것 같다. 좋은 대사는 연애하는 남자가 참고할 만하다. 나도 예전에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잘할 것 같기도 하다.”

장동건은 피부가 까칠해지면 HDTV 화면에 그대로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 ‘마이웨이’와 ‘위험한 관계’를 찍느라 2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탓도 있겠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늙었구나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톱스타 자리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부담스럽다기보다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동건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또 다른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픈 용기도 생겼다. 대중은 내가 반복적인 역할을 맡는 것에 짜증을 느낄 수도 있음을 알았다”면서 “계획 없이 쉬고 있으면 새로운 욕망이 생긴다. 그럴 때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