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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삼국유사’의 황당한 얘기를 푸는 코드는 ’불교’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삼국유사는 허튼말이 하나도 없었다. 해석이 어려운 것은 해독의 코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한시와 18세기 조선의 문화에 대한 풍부한 해설로 문화적 안목을 넓혀준 정민 한양대 교수가 ‘삼국유사’ 탐색에 나섰다. 설화와 역사 사이에서 길을 잃기 쉬운 난맥을 헤집고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어 그 의미와 역사적 자리매김을 시도한 것이다.

모두 11개 장으로 구성된 ‘불국토를 꿈꾼 그들’(문학의문학)은 신라 25대 진지왕과 도화녀, 서동요와 선화공주, 산속의 두 수행자 광덕과 엄장 등 잘 알려진 얘기들을 끌어오지만 그가 꼼꼼히 탐색해 건져낸 실체는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선화공주의 발원으로 창건되었다고 알고 있는 미륵사의 발굴현장에서 최근 발견된 ‘사리봉안기’에 적힌 사탁 씨 왕비에 대한 해석은 흥미를 끈다. 정 교수는 ‘일본서기’의 의자왕 정변 기사에서 그 단서를 발견한다. 의자왕은 사탁 씨 왕비의 서거직후 정변을 단행해 사탁 씨 세력을 추방함으로써 집권 초기의 불안요소를제거했다는 내용이다. 이 정변을 통해 정 교수는 무왕의 아들 의자왕이 사탁 씨의 소생이 아닌 선화공주의 소생으로 본다. 서동 무왕은 왕위에 오르기 전 선화공주와 사이에 아들을 낳았으며, 선화공주는 미륵사 창건에 관여했지만 일찍 세상을 떴다는 해석이다. 

저자가 찾아낸 삼국유사의 황당하기까지한 이야기를 이해하는 코드는 불교다.

불교가 전통신앙 자리를 꿰차며 민간에 자리잡는 과정을 담은 ‘도깨비 대장 비형량’, 삼국통일의 주역인 화랑의 말년이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죽지랑 개망신’ 사건 등 일연이 숨겨놓은 글과 말에 담긴 의미망을 풀어헤쳐 다시금 짜맞춰나가는 정교함과 명쾌함이 지적 즐거움을 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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