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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 탁구 올드보이 3인방의 아름다운 피날레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졌다. 반전은 없었다. 그러나 아름다웠다.
오상은(35ㆍKDB대우증권), 주세혁(32ㆍ삼성생명), 유승민(30ㆍ삼성생명)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탁구 대표팀이 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2012년 런던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0-3으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탁구는 이번 올림픽 남녀 개인전과 여자 단체전에서 노메달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특히 한국 여자 탁구의 노메달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뼈아팠다. 30대 노장 3인방의 은메달은 한국 탁구에 희망의 불씨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팀으로 뭉친 노장들의 합은 매서웠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탁구의 대들보였던 이들은 밀리는 체력과 순발력을 풍부한 경험으로 메워가며 경쟁자들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 나선 중국은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장지커(세계랭킹 1위), 마롱(세계랭킹 2위), 단식 은메달리스트 왕하오(세계랭킹 4위)라는 세계 최강의 전력으로 한국을 상대했다. 노장들의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 도전에 걸맞은 최고의 상대였다. 그러나 만리장성의 벽은 높았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노장들의 결승 진출은 그 자체로 기적 같은 일이다. 오상은과 주세혁은 각각 개인전 16강과 32강에서 떨어지며 일찌감치 메달권에서 멀어졌던 선수들이다. 오상은은 소속팀과 갈등을 빚어 방출돼 한 달여 이상을 무적으로 지내는 등 굴곡을 겪었다. 주세혁은 올림픽을 앞두고 느닷없이 찾아온 베체트병(만성염증성 혈관질환)과 싸워야 했다. 랭킹에서 밀려 개인전에 출전조차 못한 유승민 또한 어깨와 무릎 부상으로 고초를 겪었다. 남자 탁구 대표팀 3인방 중 몸 성하고 사연 없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장들은 끝까지 공에 집중했다. 패배가 거의 확정된 순간에도 한 점 한 점을 위해 최선을 다해 라켓을 휘두르며 표정을 일그러뜨리던 노장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 노장들의 분투는 결국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목에 걸었던 메달의 색을 동에서 은으로 바꿨다.

감동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도 짙다. 남녀 개인 단식 및 단체전 금메달 4개를 모두 휩쓴 중국은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탁구의 절대 강국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현재 중국의 톱랭커 대부분은 20대 초, 중반이다. 결승에서 한국과 맞붙은 장지커와 마롱은 24세, 왕하오는 29세다. 반면 한국은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올드보이’로 올림픽에 나섰다. 이번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탁구는 다시 한 번 세대교체라는 무거운 숙제에 직면하게 됐다.

123@heraldcorp.com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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