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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진 “새로운 사랑이야기,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
‘월드스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배우 김윤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대중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스펙트럼을 넓혀 왔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결코 편식이 없는 배우이기도 한 그가 ‘이웃사람’(감독 김휘)를 통해 또 다시 엄마 역할로 돌아왔다.

최근 삼청동 카페에서 마주한 그는 오랜 관록과 함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함께 느껴지는 배우였다. 그는 진정성이 묻어나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번 영화는 그의 흥행작 ‘하모니’로 호흡을 맞췄던 김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 감독에 대한 그의 믿음이 영화의 출연을 확정지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애초에 김휘 감독님이 이 작품을 준비한다는 얘기를 듣고 웹툰을 찾아봤어요. 웹툰을 본 순간 ‘대본 쓰기도 참 힘들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느낌을 어떻게 글로 옮길까 걱정했는데, ‘하모니’의 각색도 하셨고, ‘해운대’도 쓰신 분이라 믿음이 컸죠.”

‘밀애’(2002), ‘세븐데이즈’(2007)부터 ‘하모니’(2010), ‘심장이 뛴다’(2011)에 이어 이번 ‘이웃사람’까지. 그가 분한 엄마 역할만 벌써 다섯 번째다. 아직 아이가 없는 여배우로서 ‘엄마 역할’을 피하고 싶은 적은 없었을까.

“‘밀애’에서 맡은 미흔 캐릭터는 기존의 ‘엄마’ 역할과는 확실히 달랐죠. ‘엄마’ 역을 많이 맡았지만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개성은 각기 달랐어요. ‘심장이 뛴다’에서는 딸의 심장을 구하기 위해 방방곡곡으로 뛰어다닌 능동적인 인물이죠. 하지만 이번 영화 속 캐릭터는 자신의 친딸이 아닌 양딸을 잃은 죄책감만 지닌 수동적인 인물이에요.”

‘이웃사람’은 그야말로 캐릭터의 향연이다. 김윤진을 비롯해 마동석, 김새론, 김성균, 임하룡, 도지한, 천호진까지 무려 8명의 배우가 총출동한다. 캐릭터가 골고루 분배돼있는 영화기 때문에 김윤진의 비중은 전작에 비해 작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캐릭터는 나오는 분량이 전작보다 많지 않아요. 또 신이 짧다 보니 감정을 압축적으로 빨리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경희의 감정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죠. 그 부분이 생각보다 까다롭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작품에서 아역배우 김새론과 모녀 지간으로 등장한다. 김윤진은 김새론을 어린 아이가 아닌 ‘완전한 배우’라고 말했다.

“새론이는 진짜 배우에요. 사실 촬영도 긴박하게 이뤄졌고, 저 혼자 찍는 신이 많았기 때문에 친해질 시간이 부족했어요. 준비기간도 딱히 없었고요. 그런데 워낙 베테랑 배우라 그런지 몰입력이 대단하더라고요.”

그는 김새론 외에도 내로라하는 선 굵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아쉬웠단다.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모든 걸 견뎌야만 했다. 그 어떤 작품보다 외로운 시간이었다.

“현장에서 각자 다른 장면을 찍고 있었어요. 저와 같이 카메라가 돌면서 호흡을 맞춘 배우는 별로 없죠.(웃음) 저와 투샷은 새론이가 가장 많았어요. 너무 좋은 캐스팅인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해 아쉬웠죠. 확실히 다른 작품을 할 때보다 많이 외로웠어요.”

현재 그는 미국 드라마 ‘미스트리스’의 주연으로 발탁됐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백인 배우를 제치고 김윤진이 주인공으로 낙점돼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로스트’ 시즌에 이어 미국에서도 배우로서 연기 스펙트럼을 쌓고 있는 그가 굳이 시간을 쪼개며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

“꼭 해야만 해서 하는 건 아니지만 10년 넘게 한국에서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면서 작은 커리어를 유지하고 싶은 욕심이 강한 거죠. 한국에서는 기성배우로 활동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또 다른 특이한 배우로서 남을 수도 있고요. 어느 순간 양쪽 활동 모두 필요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물론 저울처럼 양쪽 모두 밸런스를 이루기는 힘들지만요.”

그는 수많은 타국의 배우들을 제치고 카렌 역으로 주연을 꿰찼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오디션을 보고 나서 제가 미국 매니저에게 ‘난 정말 안될 거다’라고 말했죠. 이 카렌 캐릭터가 딱히 동양 여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캐릭터는 아니에요. 모든 유색인종 여배우들을 두고 만든 것이거든요. 인구로만 봐도 미국에서는 동양 사람들의 전체 인구는 5%도 안돼요. ‘미스트리스’의 주인공은 총 네 명이거든요. 이미 유색인종이 캐스팅 된 상태에서 또 저를 캐스팅 했다는 것은 제작진들이 과감한 시도를 피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처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배우로서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김윤진. 길고 긴 연기 생활을 하면서 어느 덧 불혹을 맞았지만, 딱히 그는 멜로물로 자신의 매력을 발산한 적은 없었다. 그는 새로운 사랑이야기에 목말라 하고 있었다.

“새로운 사랑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어요. 아직까지 시나리오를 받으면서, 정말 새롭다 하는 멜로물은 받아보지 못했거든요. 최근에 봤던 영화 중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한 ‘드라이브’는 너무 새롭더라고요. 물론 장르가 멜로는 아니지만, 사랑이 내포돼 있긴 하거든요.”

그는 지난 2010년 8년 동안 함께 일해온 현 소속사 대표와 결혼했다. 결혼 2년 차 한창 신혼을 즐길 때인데 너무 일에만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닐까.

“남편과 당연히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죠. 사실 올해 시간이 된다면 둘이 여행을 떠날까 했는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요. 내년쯤엔 둘만의 시간 좀 보내려고요. 출산계획이요? 일부러 미룬 건 아닌데,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김윤진이 국내와 미국에서 동시에 사랑을 받으며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건 어쩌면 카리스마 뒤에 감춰진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겉보기에는 여전사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도 소탈하고 진정성 있는 그의 미래가 기대된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사진 송재원 기자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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