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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블랙아웃’ 위기, 국민역량 모을 때다
열흘여 동안 밤낮으로 찜통 불볕 더위가 이어지더니 결국 6일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오전 10시 순간예비전력이 350만kW 미만으로 떨어져 전력경보 ‘관심’이 발동되고 한 시간도 채 못 넘겨 ‘주의’ 단계로 주저앉고 말았다. 지난해 대정전 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혼쭐이 난 건 비록 전력당국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문제는 오늘이 더 고비라고 한다.

아찔했던 지난해 대정전이 전력 최대수요기를 넘긴 9월에 벌어진 일이라 한여름 무더위에 시달리는 국민들로선 더 큰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작년 사태의 학습효과인지 지금까지 당국의 대응자세는 신중하고 각별해 보인다. 그러나 전력문제는 안심이 곧 방심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순식간에 큰일을 당한다. 한여름 고비를 넘기고 한 시름 막 덜려던 참에 불쑥 찾아든 늦더위에 꼼짝 못하고 허를 찔린 것이 작년 사태 아닌가.

정부가 고심 끝에 지난 3월 정전사고 은폐 파문으로 멈춰선 고리 원전 1호기를 재가동키로 했다. 급한 불이라도 끄자는 심경과 고충이 엿보인다. 반대 목소리가 크지만 국가 운영 차원에서 대의를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다. 고리 1호기 재가동 준비는 지난달 초순에 완료됐다고 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을 포함해 국민적 안심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관련 조치를 다 취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시시비비가 끊이질 않는다. 당국은 이런 점을 헤아려 안전에 모든 것을 건다는 각오로 나서기 바란다. 고리 1호기의 최대 발전량이 58만7000kW에 불과하지만 잘 활용하면 효자 구실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무엇보다 국가적 낭비요인을 없앨 수 있다. 고리 1호기 재가동이 늦춰지면 천연가스(LNG) 등 대체재 비용이 하루 약 15억원, 한 달에 450억원이나 소요된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적 관심과 이해, 무엇보다 솔선수범하는 절전 자세가 필요하다. 당국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만전을 기하고 국민들은 맘속 깊은 곳에서 ‘저력’을 다시 뿜어내야 한다. 십시일반으로 간단하게 막을 것을 몽땅 잃고 땅 치며 후회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정부 역시 절전만 강요할 것이 아니다. 전력경보가 발동된 몇 시간 후 서울 도심에는 때 아닌 장대비가 몇 분간 쏟아졌다. 그 결과 습기가 더해지면서 영락없는 악성 아열대 기후가 연출됐다. 한낮 도심 길거리 온도가 40도를 넘나드는 것은 예사가 되고 있다. 이런 일이 잦을 것이다. 이제 폭염도 자연재해라는 인식 아래 안전망이 시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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