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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동희의 가요 올킬> 자고나면 생기고, 자고나면 생기고…걸그룹,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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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나열한 이름은 최근 3~4개월 사이 가요계 데뷔 앨범을 발매했거나 곧 데뷔를 앞둔 걸그룹이다. 어림잡아 스무팀이 넘는다. 올 하반기 데뷔 스케줄을 정한 걸그룹까지 더하면 올해만 서른 팀을 훌쩍 넘길 예정이다. 팀당 평균 5인조라고 해도 200명 가까운 10~20대 ‘소녀(Girl)’가 한 해 가수로 데뷔하는 셈. 이런 식이라면 수년 안에 걸그룹 멤버 수는 1000명을 훌쩍 넘게 된다.

그야말로 ‘걸그룹 홍수’라 할 만하다. 5년 이상 가요 담당으로 일한 전문기자도 요즘 새롭게 음반을 내고 활동하고 있는 걸그룹 신상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어느 기자는 “걸그룹 이름만 외우기도 벅찬데 사실 그들이 몇인조 그룹인지, 소속사가 어딘지, 게다가 멤버 특징이나 이름까지 파악하려면 일일이 줄을 쳐가며 공부해도 못 외울 판”이라고 말한다.

방송국도 거의 ‘비상’ 수준이다. 가요프로 담당PD 책상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신인 걸그룹(물론 보이그룹도 만만치 않다)의 CD로 탑이 세워질 지경. 담당PD들은 어느 팀을 먼저 출연시켜야 할지 골머리를 썩기 일쑤다.

이 때문에 각 기획사에서는 소속 가수를 조금이라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름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룹 내 외국인이 속해 있거나 데뷔 전 연기자나 유명 제품 모델로 데뷔해 얼굴을 알리는 건 이제 평범한 일이 됐을 정도다.

컴퓨터 게임 속 가상 캐릭터를 만들기도 하고, 데뷔 전 야구장에 시구녀로 등장하는가 하면, 같은 소속사 톱스타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먼저 이름을 알린다. 또 ‘G컵녀’나 ‘비키니’ 등의 자극적인 소재로 남성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팀도 있다.

물론 음악적인 차별화를 통해 튀어보려는 걸그룹도 많다. 보컬그룹, 힙합걸그룹 등 차별화 전략으로 매니아층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기울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리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팀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미 아이돌 포화상태인 가요계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그룹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걸그룹의 무분별한 난립으로 자칫 K-팝의 질적 후퇴를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데뷔한 30여팀의 걸그룹 중 올해 다시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그룹은 5~6팀에 불과했다. 올해는 그 숫자가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사는 이런 사태가 진정 우리 가요계를 위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dhee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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