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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폭염 속 피서지 질서 등 배려가 아쉽다
막바지 휴가철 너도나도 떠나지만
먼저 챙길 것은 스스로의 공중도덕

올림픽 축구 4강 낭보와 함께
무더위도 짜증도 결국 지날 것


지하철역 포스터에 ‘夏夏好好 떠나자’가 눈길을 잡아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그러잖아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관광지 내역이 그 밑에 쭉 깔려 있다. 갯벌 체험, 농어촌 생태 관광, 휴양림 자랑 등 족히 10여 가지가 넘는다. 어차피 사무실과 집안에 남아 있어 봤자 능률이 오르지 않는 폭염 속에 마음먹고 뚝 떠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개인차는 심하다. 주머니 사정, 일자리 연속성, 동반자 관계 등 따져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 떨치고 떠난 이들은 숲에서, 바다에서, 강에서, 산에서 자연을 만끽한다고 소식을 전한다. 서울의 온도가 섭씨 35도를 훌쩍 넘어서고 경산이 40도를 돌파했다는 뉴스에 그나마 자리를 지키던 이들의 엉덩이가 들썩이는 것은 불문가지다. 해발 500m가 넘으면 지금도 아침 저녁 춥기까지 하다고 너스레를 떠는데야 당할 장사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를 또 다독이는 여행지 나쁜 소식이 없지 않다. 이른바 ‘피서지에서 생긴 일’이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펜션들의 성수기 바가지 요금과 환불 거부, 제멋대로의 주차요금, 워터파크 등 이용시설의 불결은 해마다 거듭되는 단골 악폐다. 이보다 더 나쁜 게 피서지 문화의 근본적 개선이 요원한 점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대천해수욕장에는 주말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는데 공중도덕은 간 곳이 없다. 고성방가에 진한 스킨십, 주폭들의 행패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소식이다. 이들을 말리려고 출동한 안전계도 건수가 하루 250건을 넘는다니 경찰관과 안전요원들의 노고가 돋보일 뿐이다. 여기다 고교생까지 담배를 꼬나물고 여성들을 공공연히 유혹하는가 하면 ‘술 해방구’로서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루 쓰레기 처리량이 7~8t으로 이를 처리하는 데 드는 1억3000여만원은 그야말로 세금낭비다. 그나마 드넓은 백사장과 고층빌딩이 어우러진 경관 덕분에 매년 피서객이 늘어나는 해운대해수욕장의 경우 올해는 지난 3, 4일 주폭이 한 사람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소식은 다행이다. 그러나 대부분 해수욕장 등 피서지 풍경은 아직 술병에서부터 돗자리, 음식찌꺼기, 나무젓가락, 담배꽁초 등이 새벽녘이면 곳곳에 작은 산을 이룬다고 한다. 그나마 한쪽에 모아놓은 것은 낫지만 아예 모래 속에 파묻어버린 것은 더 악랄하다. 산골 계곡 바위 틈새에 쓰레기를 숨겨놓는 행위와 비슷하다. 싱가포르에서 길바닥 꽁초보다 틈새 꽁초 버린 자에게 더 벌금을 매긴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간다. 해변 길이가 1.8km에 이르는 경포해수욕장, 청정해역을 자랑하는 거제 10여 군데 해수욕장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 오죽하면 ‘슬로 시티’ 전남 신안 증도에서 버리고 가는 쓰레기 등쌀에 새로 놓은 연륙교가 원망스럽다고까지 말하는 주민이 나오겠는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예 피서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워낙 덥다 보니 집과 사무실에서 에어컨은 필수처럼 되어버렸다. 전력 사정이 아슬아슬한 것은 불문가지다. 분지형 지구라 덥기로 한국 제일을 기록하는 대구의 대형마트 에어컨 판매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폭증, 전력 소비에 일조하는 것은 피치 못할 사정이다. 서울지역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7월 25일 오후 2시 예비전력은 376만kw까지 떨어졌다. 다음날부터 450만kw 수준으로 나아졌지만 이런 위험한 상태는 그치지 않고 있다. 이나마 대기업의 자체 발전기 가동, 휴가 조정 등으로 300만kw 이상 줄여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체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은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사줘야 한다.

그래서 수명이 다한 고리원전 1호기 수리와 재가동이 불가피하지만 지역민 반발로 여의치 않다. 그게 안 되면 전력을 적게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같은 불볕더위에 누가 그 말을 따를지 의문이다. 일부 양식 있는 사람들이 에어컨을 끄고 공공시설로 피서를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최근 인기리 상영 중인 한국영화 상영관이 만원사례인 것은 영화 관람과 함께 피서 목적도 있을 것이다. 박물관ㆍ도서관ㆍ복지관이 붐비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문명사회이고 선진국이다. 나만 편하자고 멋대로 피서지에 쓰레기 버리고 추태 부리고 가게문을 열어놓은 채 에어컨을 켜놓는 행위 등이 결국 모이면 사회와 국가 공동체를 멍들게 한다.

지금 같은 폭염, 이에 따른 고통도 며칠 뒤면 사라진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고 지나간다. 그렇다고 과정을 무시하자는 뜻은 아니다. 지금을 즐기되 남도 즐길 권리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배려하는 삶을 살자는 것이다. 8년 전 8월에 78세 나이로 죽은 사생학의 권위자 퀴블러 로스 여사는 “당신 안의 위대한 사람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 그 위대한 사람이 바로 지금을 즐기면서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아닐까. 7일은 말복이자 입추, 무더위 속 짜증나는 일들이 벌어져도 가을은 저기서 이미 손짓하고 있다. 올림픽 축구 4강 진출, 사격, 펜싱 등 잇단 금메달 소식과 함께 무더위도 기가 꺾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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