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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fter 스마트라이프> 관계 거미줄 확장에 피로감…인원제한등 부분폐쇄형으로
⑥낯선 SNS의 의미있는 성공
요즘 유명 걸그룹인 ‘티아라’가 자신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 때문에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어쩌면 멤버 간의 개인적인 감정 다툼에 지나지 않았을 트위터(Twitter) 속 대화들이, 그들과 연결된 수만명의 ‘관객’들에 의해 확산되고 재생산됐다. 개방적인 SNS를 통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넓고 얕은’ 관계를 구축하게 된 시대에서, SNS에 올린 유명인들의 혼잣말은 즉각 모두의 뉴스거리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SNS가 급속하게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개방과 확장성 때문이다. 사용인구가 8억명에 이르는 페이스북과 5억명의 트위터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관계의 무한 확장에 대한 극심한 피로로 인해, 넓고 얕은 관계보다 오히려 좁지만 깊은 관계를 지향하는 새로운 SNS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정 관심 분야와 계층으로 공유 대상을 제한하고 있는 버티컬(Vertical) SNS가 대표적이다. 이 새로운 서비스는 그간 SNS의 본질로 여겨졌던 개방과 확장성의 반대 지점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패스(Path)라는 SNS는 인맥의 범위를 15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서로 기억할 수 있고, 깊이 있게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심리학적으로 계산한 결과라고 한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특정지역의 사람들 간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는 ‘저스팟(Juspot)’과 같이 특정한 취미, 연령대 등으로 관계의 범위를 제한한 SNS도 각광받고 있다. 출시 반년 만에 1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비트윈(Between)’은 커플만을 위한 SNS다. 나와 상대방, 단 2명만의 접근이 허용되는 이 폐쇄적인 SNS 안에서 커플들은 기념일, 편지, 날짜별 사진 정리 등의 기능을 활용해 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충성도도 만만치 않다. 주 1회 이상 사용하는 적극 이용자 비율은 약 64%로, 트위터의 26.5%에 비해 월등히 높은 사용률을 자랑한다. ‘프라이버시가 최대한 보장되는 폐쇄성’이야말로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경쟁력이라 말하고 있는 이 낯선 SNS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개방적인 SNS와 다른 길목에 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버티컬 SNS들은 주로 개방형 SNS를 보완하는 형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폐쇄형 SNS들은 페이스북과 같은 개방형 SNS와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지 않을 것이며, 그 영역이 겹치지도 않아 서로 공존하게 될 것”이라는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SNS는 종종 ‘개방된 일기장’에 비유되곤 한다. 얼핏 독백처럼 보이는 SNS상의 개인적인 소회들은 실상 관계망에 연결된 수많은 관객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속마음을 표현하는 ‘방백(傍白)’에 가깝다. 수십명에서 때로는 수만명의 광범위한 관계망이 만들어 내는 놀라운 파급효과는 SNS를 온전히 개인만의 영역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버티컬 SNS의 등장은 의미없는 관계 확장을 통해 ‘남의 일기 엿보기’에 지친 대중들의 반사 심리를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민현 KT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mh.seong@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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