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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 - 복거일> 올림픽에 비친 우리 모습
신체적 열세 극복한 한국 펜싱
스포츠 산업 세계화 속 큰 발전
국내 기업들 혁신도 비슷한 맥락
한단계 진화한 우리사회 큰 기쁨



즐겁게 올림픽을 구경하면서, 문득문득 깨닫는다. 거기에 우리의 모습이 비친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빠르게 발전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서, 가난했던 지난날을 경험한 나이 든 사람들을 감회에 젖게 한다. 발전한 경제라는 흙에서, 이처럼 푸짐한 열매들이 열리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정말 잘한다. 태권도나 양궁처럼 원래 잘하는 종목들에서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종목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잘하나?” 하고 혼잣소리를 할 만큼, 여러 종목들에서 잘한다.

우리 속을 거듭 끓게 한 오심 문제에도 우리 사회의 발전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이 갑자기 좋은 성적을 내면, 그 종목을 자기들의 아성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의 속이 좋을 리 없다. 그런 태도가 늘 있게 마련인 ‘사람의 실수’라는 요인과 만나면, 펜싱 경기에서 나온 것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도 나온다.

오심 문제엔 실은 다른 식으로도 우리 사회의 발전이 반영됐다. 오심으로 큰 충격을 받은 박태환 선수가 보인 의젓함은 내겐 이번 올림픽이 준 가장 뿌듯한 경험이었다. 심판의 판정을 담담히 따르고, 그 엄청난 충격을 견디고 열심히 해서 은메달을 딴 그의 모습에 탄성을 내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그런 의젓함은 근본적으로 선수 자신의 됨됨이에 달렸지만, 그가 호주인 코치 아래서 다른 나라 선수들과 함께 배웠다는 사정도 도왔을 것이다. 스포츠의 중요성이 커지고 스포츠 산업이 세계화되면서, 우리 선수들도 운동을 즐기고 성적 너머에 있는 가치들도 보게 됐다.

스포츠 산업의 세계화에도 우리 사회의 발전이 반영됐다. 이전에는 태권도에만 우리 코치들이 많았다. 이번엔 양궁 코치들 가운데 한국인들이 유난히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코치들 40명 가운데 11명이 우리 사람들이다. 오래 좋은 선수들을 낳으니, 자연스럽게 코치로서 활약할 기회가 넓어진 것이다.

더욱 흐뭇한 점은 우리 팀이 개발한 전략이 보편화돼서 당해 종목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꾼 경우들이다. 우리 양궁 선수들이 실제 상황에 맞게 시끄럽고 바람 부는 환경에서 연습해서 좋은 성적을 내자, 그런 연습 방식이 널리 퍼졌다. 우리 선수들이 워낙 잘하니까, 양궁을 주관하는 국제 단체에서 경기 방식을 거듭 바꾸었고, 그 과정에서 단조로운 기록 경기였던 양궁이 보다 흥미로운 대결 경기로 진화했다.

이번엔 펜싱에서 혁신이 나왔다. 우리 선수들은 서양 선수들에 대한 신체적 열세를 극복하고자 빠른 발놀림을 바탕으로 한 전술을 개발해서 놀랄 만큼 좋은 성적을 냈다. 서양 선수들은 이런 새로운 전술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틀림없이 서양 선수들은 이 새로운 전술을 연구해서 받아들일 것이고 펜싱 경기의 모습은 상당히 근본적인 변화를 보일 수도 있다. 일본 배구 팀이 신체적 열세를 속공으로 극복해서 배구 경기를 한 단계 진화시킨 것과 비슷하다.

운동 분야에서 우리가 내놓은 이런 혁신들은 우리 기업들이 외국 기업들을 그저 모방하다가 스스로 혁신을 하기 시작한 것과 맥락이 같다. 우리 사회가 발전했다는 사실을 문득문득 깨닫게 돼, 무더운 한여름 밤의 올림픽은 더욱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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