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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vs 한전 4개월간의 전기요금 줄다리기 마침표…알고보면 ‘윈윈 게임’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정부 요구에 맞춰 전기요금을 5% 이내 수준에서 인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한전은 3일 본사 임시 이사회를 열고 평균 4.9% 인상안을 의결, 통과시켰다. 지난달 인상안(10.7%)보다 상승폭을 5.8% 줄였다. 연료비연동제 시행분을 포함한 인상안(16.8%)에 비하면 무려 11.9% 내린 셈이다.

이사회는 이번 인상이 원가에 못 미치므로 앞으로 추가 인상을 건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저 발전기 정비 일수 감축, 연료비 연동제 시행 등 전기요금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 4월부터 한전과 정부 사이에 요금 인상폭을 둘러싸고 벌어진 줄다리기가 마침표를 찍게 됐다. 그러나 한전은 오는 겨울에 전기요금을 재조정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정부와의 2차전이 예상된다.

▶한전, 정부에 항전했던 4개월=정부와 한전은 최근 수개월 동안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유례없는 기싸움을 벌였다. 한전 이사회가 지난 4월 13.1%의 인상안을 지식경제부에 전달한 것이 발단이 됐다. 만성 적자를 해소하고 원가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경부는 전기위원회를 열어 한전의 인상안을 반려했다. 한전이 요금을 인상한 지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인상률도 비상식적으로 높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 절차는 대부분 정부가 내부 협의를 거쳐 구체 인상 범위를 정하고 한전이 이를 수용, 다시 지경부에 역제출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왔다. 따라서 이같은 상황은 전례가 없던 것으로 한전과 정부가 마찰을 공개적으로 빚는 것으로 비치게 됐다.

그러나 한전 이사회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두자릿수(10.7%)의 인상안을 의결해 정부와의 충돌이 표면화되면서 일각에선 볼썽사납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전 이사회 관계자가 이의 취지를 설명하는 공개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정부에 전면으로 대립하는 모습으로 전개된 것이다. 


지경부는 일주일 뒤에 열린 전기위원회에서 다시 이를 부결시켰고, 한전에 전기요금 인상폭을 5% 미만으로 조정하라는 내용의 공식문서를 전달했다. 정부가 구체 인상률을 명시해 권고형식으로 공문을 보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후 한전은 내부 논의를 이어갔고 국회 상임위에서 의원들로부터 인상 범위를 내리라는 압박을 받는 등의 과정을 거쳐 이날 최종 정부의 인상안을 수용하게 된 것이다.

▶알고 보면 ‘윈윈 게임’=하지만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한전과 정부가 결과적으로 둘 다 이기는 게임을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전이 대(對)정부 ‘항전’을 벌이게 된 데에는 소액주주들의 추가 소송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한전은 지난해 전임 사장이 주주들로부터 1400억원대 피해보상 소송을 한 차례 당했기 때문에 현 김중겸 사장에 대한 소송을 피하기 위해선 전기요금의 과감한 인상으로 적자 해소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강한 ‘액션’이 필요했던 속사정이 있다.

한전이 기존 안대로 인상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정부가 구체 인상폭에 대한 공문을 보내옴으로써 적어도 주주 소송에서 판결의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일종의 ‘명분’을 획득한 셈이 됐다. 또 한전이 애초부터 인상폭을 높게 잡아 큰 폭으로 양보한 것이 됐기 때문에 추후 협상 때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몇 달간의 줄다리기 과정으로 적어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어느 정도 만들 수 있었다는 성과도 있다.

정부로서도 다소 ‘스타일’은 구겼지만, 약속대로 국민들 편에서 인상폭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소임은 다한 것이 됐다는 평가다.

▶겨울 2차전 벌어지나=한전은 이번 인상으로 순손실 규모를 지난해(3조5000억원)보다는 줄일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여전히 주주들의 ‘소송 공포’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올겨울이 시작될 즈음에 다시 재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로서도 12월 대선을 앞둔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국민들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을 적극 제재할 공산이 크다. 이에 2차 줄다리가 벌써부터 점쳐지고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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