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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보배, 뿌리깊은 한국 양궁에 핀 꽃,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단 한 발의 화살이 승패를 가르는 슛-오프 직전,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는 태풍전야 같은 긴장과 정적에 휩싸였다. 스산하기까지 한 바람소리가 관중의 심장을 더욱 얼어붙게 했다. 활을 들자 바람이 더 세졌다. 초속 4m. 궁사가 한껏 당겼던 활시위를 놨다. 대한민국 5000만 국민들의 눈도 화살촉을 따라갔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다. 기보배는 뿌리 깊은 한국 양궁에 핀 꽃이었다. 한국 여자 양궁의 에이스 기보배(24ㆍ광주광역시청)가 2012 런던올림픽에서 극적인 승부 끝에 한국 양궁대표팀에 2번째, 대한민국 선수단에 7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기보배는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대회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아이다 로만(멕시코)을 슛-오프 끝에 6-5로 꺾었다. 연장전인 슛-오프에서 기보배와 로만은 모두 8점을 쐈지만, 기보배의 화살이 가운데에 조금 더 쏠렸다. 불과 1~2㎝ 차이였다. 기보배는 여자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한국은 1984년 LA올림픽 이후 8차례 중 7번을 석권했다. 비바람과 세계 양궁계의 극심한 견제를 뚫고 보여준 한국 양궁의 ‘위엄’이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국제양궁연맹(FITA)은 오로지 한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단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룰과 경기방식을 자주 바꿔왔다. 사거리를 비롯해 리그, 토너먼트, 1대1 대결 등 밥먹듯 바뀌는 대회 규정은 전적으로 한국 양궁에 불리하게 만드는 조치였고 최고의 실력자를 밑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변경이었다. 이번 런던올림픽 양궁 개인전은 종전 총점 합산제가 아닌 세트제로 처음 치러졌다. 한국의 최현주는 세트제의 희생양이 됐다. 16강전에서 베랑제르 슈(프랑스)와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5-6으로 졌다. 총점에선 최현주가 많았다.

기보배는 2010년 태극마크를 단 후 세계 랭킹 1위를 달리며 한국 양궁의 에이스로 꼽혀왔지만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한 메이저대회에서 번번히 타이틀을 놓치며 마음 고생이 컸다. 기보배는 그때마다 “나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세계 양궁계의 전력 평준화와 극심한 견제가 한국 양궁의 독보적인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회 때마다 바뀌는 경기방식이나 괄목상대하는 다른 나라가 아닌, 오직 그 자신이야말로 ‘절대 강자’ 한국 양궁의 진정한 적수라는 사실을 기보배는 입증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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