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세계 정상급 ‘숨은 보물’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던 런던올림픽 한국 선수단 금맥의 물꼬를 튼 것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온 ‘깜짝’ 금메달들이었다. 지난 1일 밤 여자 사격 김장미를 시작으로 유도 송대남, 펜싱 김지연까지 면면은 모두 새로웠지만 ‘깜짝’이라는 수식어는 억울하다. 잘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이들 모두 이미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춘 ‘준비된’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나이는 막내여도 ‘강심장’=25m 여자 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장미는 지난 4월 이 종목 세계신기록(796.9점)을 세운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디펜딩챔피언 천잉(중국)과의 결선에서도 마지막 다섯 발을 모두 10점대에 명중시키며 역전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김장미는 대표팀 막내이지만 코치진 사이에선 최고의 ‘강심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장미는 과거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올림픽 출전권 최종 확정 마지막 국내 선발전을 빼놓고는 실전에서 떨어본 일이 거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선일 남자 권총 코치 역시 “장미가 어릴 때 무술을 해서 그런지 큰 대회에서 좀처럼 떨지 않는다”며 그의 대담한 성격을 인정했다.
▶작은 체구를 업어치기로 극복=서른셋이라는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아 금메달을 차지한 유도의 송대남. 송대남의 키는 177㎝로 90㎏급 선수 치고는 작은 편이다. 이 같은 체격 조건으로는 상대에게 시도할 수 있는 기술이 많지 않다. 체력적이나 근력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만약 송대남이 순간적으로 파고들어 기술을 거는 업어치기가 아니라 힘을 많이 써야 하는 허리기술로 상대 선수를 공략했다면 이번 같은 극적인 금메달도 없었을 것이다.
▶손 기술을 이긴 빠른 발=여자 펜싱 사브르에서 한국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김지연의 주무기는 빠른 발이었다. 빠른 발은 빼어난 손 기술을 가진 서양 선수들을 상대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김용율 감독은 “빠른 발을 가지고 있어 동메달 정도는 가능하겠다”며 김지연을 발탁했다. 김 감독의 예상은 적중을 넘어 최고의 결과를 낳았다.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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