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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드민턴 여자복식 실격, 경기방식도 문제 있다?
[헤럴드경제=이슬기 인턴기자]‘전원 실격’. 고의패배 논란을 불러일으킨 한ㆍ중ㆍ인도네시아 선수 8명에게 내려진 최종 처분이다. 이들은 지난 1일(한국시각) 치러진 여자복식 배드민턴 조별리그 경기에서 자국팀을 피하거나 유리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 ‘서로 지려’고 노력하다가 파국을 빚었다.

일각에서는 ‘선수 뿐 아니라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승패 결과를 통해 토너먼트의 상대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경기방식 자체가 승부조작의 유혹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논란의 씨앗이 된 ‘라운드 로빈(Round robin) 조별리그’는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처음 시행된 제도다. 지금까지 올림픽 배드민턴 경기는 ‘싱글 엘리미네이션(Single-elimination)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져 왔다. 싱글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는 가장 널리 알려진 경기진행 방식으로 두 명(혹은 두 팀)이 1:1로 승부를 벌여 패자를 곧바로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단 1패만 하더라도 토너먼트에서 제외되는 것. 이 때문에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이 점쳐졌던 이용대-정재성 조(세계랭킹 1위)가 16강 탈락의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즉, 모든 경기에 목숨을 걸고 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새로 도입된 조별리그 방식은 조금 다르다. 라운드 로빈 방식에서 같은 조에 속한 팀들은 서로가 한번씩 대전한 뒤 1, 2위가 다음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반드시 모든 경기를 이기지 않더라도 2위의 성적만 확보하면 다음 라운드 진출이 가능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팀이 보다 유리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 남은 경기를 대충 진행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이번 고의패배 역시 이런 상황에서 발생했다. 문제가 된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팀 모두가 각 조에서 2승을 확보해 8강 진출을 확정지은 가운데, 서로 패수를 늘려 2위를 하려고 했던 것. 중국의 왕샤올리-위양 조(세계랭킹 1위)는 A조 1위를 할 경우 이미 D조 2위로 8강 진출에 성공한 톈칭-자오윈레이 조를 4강에서 만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C조였던 인도네시아의 자우하리-폴리 조와 하정은-김민정 조 역시 앞서 고의패배로 A조 2위를 차지한 왕샤올리-위양 조를 피하기 위해서는 2위의 성적이 필요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치러지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비슷한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 외신에 따르면 불가리아 배드민턴 선수 알레시아 자이차베는 “중국은 지난해 이 같은 방식으로 20여 차례나 자국 선수들끼리의 토너먼트 일정을 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남자 단식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린단도 1일 16강전에서 승리한 뒤 한 인터뷰에서 “경기 방식을 조별리그 방식으로 바꿨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예선전의 박진감을 높이겠다며 조별리그 방식을 도입한 세계배드민턴협회(BWF)의 행정력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논란으로 인해 한국은 2개 조가 모두 실격된 반면, 중국은 세계랭킹 2위 톈칭-자윈레이 조가 살아남아 금메달을 노려 볼 수 있게 됐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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